[역경의 열매] 원응두 (19) 천금보다 귀한 주님 말씀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

입력 2023-04-04 03:06
원응두(가운데) 원로장로가 믿음의 터전인 제주중문교회에서 장로들과 함께하고 있다.

대물림이라는 말이 있다. 가게나 기업 등을 후손에게 남겨 주어 자손이 그것을 이어 나간다는 뜻이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조용기 목사님이 세우신 여의도순복음교회도 처음엔 천막 교회였다. 영락교회 명성교회 사랑의교회 온누리교회 연세중앙교회 등도 처음엔 보잘것없이 작고 초라했다. 갑자기 대형교회가 된 예는 없다. 신앙도 그렇다. 목사와 장로, 권사와 집사도 되고 싶다고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다.

교회도 농사와 같다. 뿌린 대로 거두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서당에서 배운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한자성어가 생각난다. 사람이 하는 행동에 따라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일로 돌아오고, 나쁜 일을 하면 나쁜 일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우리 격언이나 속담도 비슷한 고사성어가 많다.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이치에 대한 함축적 지혜를 담고 있으므로 나는 성경을 읽을 때마다 관련된 고사성어가 있는지 찾아보곤 했다. 인과응보 사필귀정 결자해지 권선징악 출이반이 등이 그것이다.

평생 교회를 섬기면서 가장 보람된 일은 교회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교회에서 뛰놀던 철없던 아이들이 어느덧 장성해 집사 장로 교역자가 되어 교회에서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 한량없이 기쁘다. 아이들이 어른이 돼 또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아마 교회는 이렇게 이어져 가는 것 같다. 중문교회도 옛날에는 너무 어렵고 힘들었을 때가 있었지만 교회가 부흥하고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게 된다.

중문교회는 108년이란 세월 속에 수많은 믿음의 사람들의 기도와 땀 위에 세워졌다. 이 교회가 세워지기까지 정말 수고하고 애쓴 분들을 생각하면 머리가 저절로 숙여진다. 지금도 한평생 같이 신앙생활을 해오신 분들을 생각하면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교회가 든든히 세워지기 위해서는 말씀에 대한 순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장로로 섬기면서도 순종을 제일로 삼았다. 하나님 말씀을 순종하는 것은 물론 목회자에게도 순종하는 것이 옳다고 여겼다. 때때로 내 생각과 맞지 않는 것도 있었다. 그러나 순종하는 게 옳다는 생각을 하고 조건 없이 순종했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삼상 15:17∼23)는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고 있다. 이 중문교회를 통해 믿음을 얻었고 이 교회를 통해 은혜를 입었다. 그래서 교회를 위해 무엇을 드려야 할지 늘 고민했다. 장사할 때는 헌금을 하기 위해 정성을 다했다. 구겨진 지폐를 그대로 드린 적이 없다. 다리미로 빳빳하게 다림질해 봉투에 담았다.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정성을 다해 헌금했다.

중문교회에는 중보기도팀이 있다. 젊은 여자 집사들님과 권사님들이 일주일에 1시간 이상 기도하는 모임이다. 나는 기도 모임에 절대로 빠지지 않았다. 심야 기도와 금식 기도는 물론이다. 믿음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는 밤낮으로 성경을 묵상하고 꾸준히 기도하는 길밖엔 다른 방법이 없다.

정리=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