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북한은 역대 최다인 총 70여 차례 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고 올해 들어서도 3월까지 12차례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 질주’에 맞서 한·미 연합훈련을 ‘정상화’하고 있다. 2018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시작된 이래 축소·유예됐던 훈련을 작전계획에 따라 시행 중이다. 지난달 한·미 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 이후 연계된 연합야외기동훈련(FTX) ‘전사의 방패’가 진행되고 있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철두철미 선제공격으로 우리 영토를 타고 앉기 위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조선중앙통신·4월 2일), “반공화국 점령 훈련”(조선중앙통신·3월 24일), “도발적인 북침 실동 연습, 핵 예비 전쟁”(조선중앙통신·3월 17일) 등으로 규정한다. 김정은도 “반공화국 침략 기도”라면서 “공화국 핵무력으로 대결 망상을 철저히 분쇄”할 것을 다짐한다(조선중앙통신·3월 24일). 한·미가 강화하는 확장억제도 “핵 선제공격”으로 치부한다(조선중앙통신·3월 17일). 이에 호응해 일부 국내 반미단체는 연합훈련을 “한반도 전쟁위기를 더욱 격화시키는 역대급 공격훈련”으로 비난한다.
과연 한·미 연합훈련은 북침 전쟁 훈련이 맞는가. 한·미 양국이 수립한 작전계획은 북한이 남침할 경우 혹은 남침이 명백한 상황을 대전제로 한다. 한·미가 운용 중인 작전계획 5015는 북한이 전면전을 개시할 경우 방어와 반격을 동시에 시행한다. 이전 작전계획 5027이 북한의 남침 시 일단 공격을 격퇴(retraction)하고 재정비(realignment)한 후 반격(striking back)하는 형태인 것과 차별화된다. 작년 4월 김여정이 공포한 것처럼 “전쟁 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핵을 사용한다는 북한 군사전략에 맞서기 위해서는 남침 시 방어와 반격을 동시에 시도할 수밖에 없다. 모든 현대전은 피해를 최소화하고 조기 승리하기 위해 적의 전쟁 지도부를 우선 타격하는 ‘주요 지휘부 제거 작전’에 집중한다.
또 다른 상황은 북한의 핵 공격 또는 대규모 남침이 임박했을 때 한·미가 선제타격하는 것이다. 전쟁 징후가 전혀 없는데 군사 공격을 가하는 예방전쟁과는 분명 다르다. 한·미의 작전계획은 북한의 남침 도발을 파악할 수 있는 징후를 정교하게 지표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북한군 총동원령, 전진 배치된 사단의 공격형 이동 배치, 미사일 발사대의 움직임 등을 사전 징후로 판단하고 이에 대응하게 돼 있다. 유엔헌장 51조는 “무력 공격이 발생한 경우에는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 평화와 안전의 유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개별적 그리고 집단적 자위의 고유의 권리를 해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시 자위적 선제타격이 가능함을 밝히고 있다.
정치·군사 차원에서도 한·미가 북침을 선제적으로 감행할 가능성은 없다. 1994년 클린턴 행정부의 북한 영변 핵시설 폭격, 오바마 행정부가 검토한 5차 핵실험 이후 대북 정밀 타격, 트럼프 행정부의 이른바 ‘코피 작전’ 등도 결국 실행되지 못했다. 제한 타격만으로 북한 핵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고, 이 과정에서 북한 반격으로 남한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북한이 주장하는 한·미의 북침 전쟁은 북한이 남침을 선택하지 않는 한 성립되지 않는다. 핵 능력까지 보유한 북한을 한·미가 결코 예방 차원에서 공격하지 않음을 북한이 가장 잘 안다. 북한은 정당한 자위권 차원에서 시행하는 한·미 연합훈련을 “평양 점령 훈련”으로 외피를 씌어 피포위 의식 고취를 통한 내부 결속에 활용하고, 핵 질주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박원곤(이화여대 교수·북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