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땅·건물 200억 약속 의혹… 檢, 박영수 전 특검 압수수색

입력 2023-03-31 04:07
검찰 관계자들이 30일 양재식 변호사의 서울 서초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그는 박영수 전 특검과 과거 같은 법무법인 소속이었으며,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특검보로 일했다. 연합뉴스

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전방위 강제수사에 나서며 ‘50억 클럽’ 수사를 본격화했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할 당시 후배 변호사와 함께 ‘대장동 일당’의 컨소시엄 구성을 돕고 200억원 상당의 대가를 받기로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의 인척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사이의 돈거래, 화천대유 직원이던 딸의 대장동 아파트 분양 등 ‘대장동 사건’ 곳곳에 등장하는 박 전 특검 흔적 또한 규명 대상이다. 정치권의 특검법 논의 속에 검찰 수사가 가속화되는 모습이지만, 검찰은 “국회 일정과는 상관 없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의 혐의로 박 전 특검과 양재식 변호사의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했다. 양 변호사는 2016년 국정농단 특검팀에 특검보로 합류했었고, 박 전 특검과 함께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우리은행 본점·성남금융센터 등도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있던 2014년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컨소시엄 구성과 관련된 청탁과 함께 뒷돈을 약속받은 혐의가 있다. 검찰은 양 변호사도 이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보고 공범으로 의율했다. 양 변호사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땅과 건물 등 200억원 상당의 대가를 받기로 약정했으며, 이를 박 전 특검에게도 보고했다는 내용의 관련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 증거인 ‘정영학 녹취록’에서 대장동 일당은 양 변호사 영입을 두고 ‘신의 한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대장동 사건 공소장과 재판에선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을 상대로 한 ‘청탁 창구’ 역할을 한 정황이 여러 차례 언급됐다. 검찰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배임 등 혐의 공소장에 ‘정영학 회계사가 대장동 사업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담당 금융기관을 물색하면서 박 전 특검을 통해 우리은행 부행장 등을 접촉했다’고 기재했다. 지난 9월 법정에선 정 회계사가 “이사회 의장이면 실무선에서 일을 하는데 잘못될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박 전 특검은 남욱 변호사 등의 부탁으로 컨소시엄에 부국증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심도 받는다.

화천대유와 관련된 의혹 역시 여러 갈래로 남아 있다.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에 재직하며 대장동 미분양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아 8억원가량의 차익을 남기고, 대여금 명목으로 11억원을 추가로 받아 특혜 논란이 일었다. 김만배씨가 박 전 특검의 인척인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모씨에게 100억원을 빌려준 사실 또한 주목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에) 혐의점을 두고 연관성 여부를 수사 중”이라며 “50억원에 한정해서 혐의를 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를 거쳐 박 전 특검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곽상도 전 의원의 1심 무죄 이후 50억 클럽 의혹 멤버에 대한 첫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본격적인 ‘2라운드 수사’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에 대한 범죄 단서 추적도 벌이고 있다. 박 전 특검은 입장문을 통해 “허구의 사실로 압수수색을 당해 참담하다”며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한 적도, 금융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도 결코 없다”고 밝혔다.

임주언 신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