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지킨 설교 원칙은… 쉬운 이야기로 전해 감동 주는 것”

입력 2023-04-03 03:03
지난달 29일 경기도 안산 꿈의교회에서 만난 김학중 감독. 김 감독은 “교회 설립 30주년을 맞았지만 특별한 계획은 없다. 그동안 우리 교회가 그랬듯 교회가 가진 역량을 세상과 나누는 일들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때 청년의 나이는 스물여덟 살이었다. 1993년 12월, 청년은 경기도 안산의 한 건물 지하에 교회를 개척했는데 그즈음 이 지역엔 교회가 500여곳이나 있었다. 한국교회의 성장 속도도 더뎌지기 시작한 때여서 이 교회의 미래는 얼마간 불투명했다고 할 수 있다.

한데 이 청년이 개척한 교회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을 거듭했다. 1년 만에 출석 교인이 300명을 넘어섰고 3년 만에 1000명 넘는 성도가 등록했다. 현재 교회 재적 교인은 2만명이 넘는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13만명에 달한다. 청년이 교계의 스타가 됐을 것은 불문가지다. 그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60권 넘는 책을 출간했으며 훗날 감리교단의 감독까지 역임하게 됐다.

이런 이야기의 주인공은 꿈의교회 담임목사인 김학중(58) 감독이다.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은 꿈의교회는 반짝이는 사역과 번뜩이는 프로젝트로 자주 관심을 끌곤 했다. 지난달 29일 꿈의교회에서 만난 김 감독은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길을 따라왔을 뿐”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그는 꿈의교회가 걸어온 30년의 세월을 자세히 들려주었다. 다음은 김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

-30년 전, 교회 개척 당시의 이야기부터 듣고 싶다.

“원래는 경기도 고양 등 이른바 ‘1기 신도시’에 교회를 개척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안산의 한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던 친구의 소개로 안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처음에는 교회를 개척하고 내 힘으로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야망이 강했다. 하지만 기도를 하다가 어느 날 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을 했다. ‘내가 바라는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더라. 그리고 이때 정한 원칙에 따라 30년간 달려온 것 같다.”

-부흥의 비결은 뭔가.

“야구를 예로 들자면 감(感)으로 팀을 이끄는 이가 있고, 데이터를 중시하는 감독이 있는데 나는 후자였다. 목회는 주도면밀해야 한다. 전도의 타깃이 정확해야 하고 교회 색깔도 분명해야 한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교회가 갖춰야 할 기본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긍정적으로 기억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개척 초기엔 전화번호 뒷자리에도 신경을 썼다. ‘9191(구원구원)’ ‘0101(영원영원)’ ‘0691(영육구원)’…. 이런 번호들을 자주 사용했다. 주보도 특이하게 만들려고 했다. 두 번째 기본기는 한 번 교회를 찾은 이는 절대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일종의 ‘멤버십’이 느껴질 수 있게끔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성도들의 이탈률이 아주 낮았고, 지금도 우리 교회는 초신자 비율이 아주 높다.”

-최고의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

“알려졌다시피 꿈의교회는 과거 수영장 헬스장 등을 갖춘 레포츠센터를 만들고 한때는 교회명마저도 ‘새안산레포츠교회’로 바꿨었다. ‘레포츠교회’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래서 사람들도 그 당시 벌인 일들부터 떠올릴 듯한데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프로젝트는 개척 이후부터 10년 가까이 진행한 ‘365일 기도회’였다. ‘도심 속의 기도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성도가 기도회에 참가했다. 기적을 체험하거나 하나님과의 만남을 경험하는 이도 많았다. 10년 가까이 ‘청소년제자훈련학교’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다음세대를 위한 연합 수련회를 열기도 했다. 지금 한국교회엔 그때 회심해 목회자가 된 이들이 많다. 지금 생각해도 이런 사역들은 잘한 일 같다.”

-30년간 지킨 설교의 원칙도 있을 듯한데.

“내 설교 철학은 분명하다. 일단 쉬워야 한다. 성경은 심오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하지만 그걸 심각하게만 풀어내선 안 된다. ‘이야기’로 만들어내야 한다. 상상력을 가미해야 한다. 성경에 담긴 뜻을 쉽게 전하려면 공부가 필요하다. 성경을 잘 모르면 설교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설교문의 구성도 중요하다. 흡인력을 갖춰야 한다. 수천년 전 이야기를 지금과 이어주는 접점을 찾아 성도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설교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젊은 후배 목회자에게 전할 조언이 있다면.

“이른바 ‘3040 목회자’ 중에서도 강한 소명과 출중한 실력을 갖춘 이가 많다. 내가 경쟁하면 이길 자신이 없을 만큼 ‘무림의 고수’가 많을 거라고 확신한다. 문제는 누군가 이들에게 ‘가이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두드러지는 젊은 차세대 목회자가 나타나지 않는 배경엔 선배 목회자들의 책임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루빨리 우리 세대를 밟고 앞으로 나아가는 후배들이 나타났으면 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청년 김학중’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

“세 가지다. 강단을 가지면서 항상 겸손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너와 성향이 맞지 않는 사람들이 분명 많을 텐데 그들을 품어주는 이가 되라고 조언하겠다. 누군가를 품기로 생각하면 온 세상을 품고도 마음엔 여백이 생기는 법이다. 끝으로 건강을 잘 지키라고 말해주고 싶다. 목회는 마라톤이니까.”

안산=글·사진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