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의 집중호우와 남부의 장기 가뭄, 가을철 초강력 태풍 등 지난해는 한반도에 각종 이상기후 현상이 종합적으로 발생한 해로 기록됐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2022년은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가 다가왔음을 깨닫게 된 해”라고 평가했다.
기상청은 3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2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기상 상황을 ‘이상기후 종합판’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중부지방에만 비가 쏟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장마가 끝난 뒤에도 정체전선이 중부지방에 머물면서 8월 8일 시간당 100㎜ 이상의 강한 비가 내렸다. 8월 집중호우로 17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가 났으며 3154억원의 재산피해도 발생했다. 409.7㏊의 농경지가 유실·매몰됐고, 가축 3만3910마리가 폐사했다.
이와 반대로 남부지방에선 227.3일 동안 가뭄이 이어졌다. 1974년 이후 반세기 내 가장 긴 가뭄 일수다. 섬진강 일대 댐 저수율은 지난해 12월 기준 예년의 54.8%로 매우 심각한 수준을 나타냈다. 전남지역에선 6~7월에만 1442㏊에 이르는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폭염 피해도 컸다. 열대야는 기존보다 이른 시점인 6월 말부터 시작됐다. 7월 초순부터는 경상 내륙지역을 중심으로 하루 최고기온이 35~38도에 이르는 폭염이 발생했다.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자는 모두 1564명으로 전년보다 13.7% 늘어났고, 이른 더위로 건물 부문 전력수요(6~9월)도 최대치(9만932GWh)를 기록했다.
태풍은 7년 연속 9월에 한반도를 강타했다. 특히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상륙으로 경북 경주시와 포항시의 9월 일 강수량 최대치가 경신됐다. 당시 11명이 사망하고, 2439억원의 재산피해가 초래됐다.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35㏊의 산사태 피해도 있었다.
유 청장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한 해였다”며 “앞으로 기상청은 기후위기 감시 및 예측 업무의 총괄·지원 기관으로서 그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