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 주거 지원 넘어 일자리 제공에도 힘쓸 것”

입력 2023-03-31 04:06
이장우(오른쪽) 대전시장과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인 이정배 사장이 지난 29일 대전시청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대전시가 올해부터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게 지원하는 자립정착금을 1500만원으로 배 가까이 확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관련 예산의 편성을 마치고도 굳이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이장우 대전시장은 “가족같이 지내던 친구들과 하루아침에 이별해 자립을 준비하려면 1500만원이라는 돈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자립준비청년의 든든한 조력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대전에서 ‘시설’을 떠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립준비청년은 한 해 평균 60여명에 이른다. 보호종료 5년 이내 사후관리 대상자로 홀로서기를 하는 자립준비청년은 520여명에 달한다. 특히 대전은 인근 중소도시에서 이주하는 비율이 20% 안팎으로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라고 한다. 서울살이는 두렵고, 살고 있는 시골은 답답한 청년들이 대전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이다.

‘청년의 미래가 없으면 도시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이 시장의 지론이다. 대전시는 ‘청년’을 표적으로 하는 정책 구상에 늘 골몰한다. 6개월 이상 취업이나 교육·직업 훈련 이력이 없는 청년들의 구직 의욕을 심어주기 위해 고용노동부의 ‘청년도전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요즘 대전시는 단순한 주거 및 경제적 지원을 넘어 기술교육, 취업 연계 등의 ‘일자리’에 꽂혀 있다. 이 시장은 “결국 중요한 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며 “보호종료아동이 자립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힘쓰겠다”고 했다.

이에 대전시는 대덕연구단지, 공공기관, 민간기업과 연계해 인턴십 제도를 도입하고 멘토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대전시 안에 자리한 기업에서 취업 제안을 해와도 자립준비청년들이 두려움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 직업 체험의 기회를 마련하려고 한다. 이 시장은 “삼성 희망디딤돌 사업은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 확산에도 큰 파급효과를 낸다”면서 정부·기업에 지속적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희망디딤돌은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지내다 만 18세(본인 희망 시 만 24세까지 연장)에 이르러 사회로 나오는 자립준비청년이 안정적 환경에서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및 지자체가 함께 주거공간과 교육을 제공한다. 이번 대전센터를 짓는 데 삼성에서 50억원을 지원한다. 희망디딤돌은 2013년에 ‘삼성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삼성전자 임직원의 아이디어로 출발한 사회공헌 활동이다. 임직원 기부금 250억원을 종잣돈으로 2016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2019년에 회사가 250억원을 추가 지원하면서 사업 범위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시장은 “에이브러햄 링컨이 시련과 좌절을 견디며 성장해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 된 것처럼 어떤 한 명의 청년이 힘 있고 올곧게 자라서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다. 역경이 경력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자립준비청년이 기꺼이 기댈 언덕이 되겠다”고 역설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