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여도 품은 희귀 대동여지도 돌아왔다… 울릉도 배편도 기록

입력 2023-03-31 04:07
문화재청이 30일 서울 고궁박물관에서 대동여지도를 공개하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일본으로부터 환수한 이 지도는 병풍식 전국 지도첩으로 총 23첩으로 구성돼 있다. 각 첩을 모두 펼치면 가로 4m, 세로 6.7m 크기의 대형 지도가 된다. 특히 이 대동여지도에는 동여도 속 지리 정보가 필사돼 학술적 가치가 높다. 뉴시스

조선 후기 지리학자이자 지도 출판자인 김정호(1804∼1866·추정)가 제작한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에 ‘동여도(東輿圖)’ 속 지리 정보를 손으로 적어 넣은 희귀 지도가 일본에서 돌아왔다. 대동여지도와 동여도가 하나의 지도에 담긴 것이라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문화재청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환수한 이 지도를 30일 서울 고궁박물관에서 공개했다. 이 대동여지도는 김정호가 1861년에 처음 제작·간행하고 3년 뒤인 1864년 재간한 22첩 병풍식 전국 지도첩이다. 여기에 목록 1첩이 합쳐져 총 23첩으로 구성된다. 각 첩은 가로 20㎝, 세로 30㎝이며 모두 펼치면 가로 4m, 세로 6.7m 크기의 대형 지도가 된다. 병풍처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끔 한 전국 지도다.

당시 초판과 재판의 간행 부수는 확실하지 않다. 현재 30점 넘는 판본이 국내외에 있다고 전해진다. 환수된 지도는 이 대동여지도에 19세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동여도 내용을 가필하거나 색을 칠해 학계를 놀라게 한다. 동여도는 김정호가 대동여지도의 저본으로 삼았을 조선 전도로 손으로 그리거나 써서 만든 필사본(筆寫本) 지도다. 조선시대의 교통로, 군사시설 등의 지리 정보와 1만8000여개에 달하는 지명이 실려 있다.

문화재청이 30일 서울 고궁박물관에서 공개한 대동여지도. 목록 1첩, 지도 22첩 등 총 23첩으로 구성돼 있다. 연합뉴스

대동여지도는 목판으로 새겨야 하는 한계 때문에 지명 등이 많이 생략돼 있다. 이번에 들어온 지도는 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동여도의 주기(註記) 내용 대부분을 여백에 베껴서 넣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예를 들어 백두산 일대를 묘사한 제2첩에는 1712년 조선과 청나라 사이 국경선을 표시하기 위해 세운 백두산정계비와 군사시설 간의 거리가 적혀 있다. 또 울릉도 일대를 묘사한 제14첩에는 울릉도로 가는 배의 출발지 등이 적혀 있다. 일반적인 대동여지도 판본에는 없는 내용이다. 세부 지명이나 지도 관련 정보 등을 담지 못했던 대동여지도의 한계를 보완한 것으로, 지도 하나에 대동여지도와 동여도가 모두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 구성 방식은 기존 대동여지도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환수한 유물은 목록과 지도 등 23첩으로 돼 있다는 점에서 동여도 형식과 같다. 국내 소장 유물을 비롯한 일반적인 대동여지도는 목록이 따로 없이 22첩으로 돼 있다.

울릉도 일대를 묘사한 제14첩. 울릉도로 가는 배의 출발지 등이 적혀 있다. 뉴시스

학계에서는 한반도의 윤곽, 도로망 등이 대동여지도와 비슷해 김정호가 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동여도 내용을 필사해 목판본인 대동여지도의 한계를 보완한 최초 사례로 확인된다”면서 “대동여지도가 보급되면서 변용돼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지도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소장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재단 관계자는 “자문 결과 당시 관아에서 일하는 사람, 무역하고 싶어하는 상인 등이 썼으리라 추정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1864년에 발간된 ‘갑자본’ 대동여지도와 동여도가 희소한 만큼 이번에 환수한 지도의 문화적·학술적 가치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