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30일 공개한 2023년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을 보면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3주택자다. 수치만 보면 정 장관은 부자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정 장관은 세종시 소재 5억3900만원 상당 본인 명의 아파트 외에 충남 천안시와 대전시 소재 단독주택 지분을 갖고 있다. 해당 지분에 대한 가액은 각각 1776만원, 1억4400만원이다. 3주택을 다 합해도 재산가액이 7억원대다. 서울시에 수십억대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다른 국무위원들과 비교가 안 된다.
정 장관이 3주택자가 된 이유는 상속 때문이다. 그는 부친 작고 이후 부친의 집 지분 일부를 상속받았다. 올해 신고 때는 장인어른 사망으로 부인이 물려받은 지분이 추가됐다. 3주택자지만 타 부처 장관보다 재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도 눈에 띈다. 정 장관이 신고한 재산가액은 15억845만원으로 18개 부처 장관 중 17위 수준이다.
부모가 사망하며 주택 지분을 상속받는 사례는 공직 사회에서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불과 2년 전 문재인정부때만 해도 고위공직자가 이런 형태로 다주택자가 되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그 기준이 살아있었다면 정 장관은 실력이 있어도 고배를 마셔야 했을 터다. 재산가액 148억7003만원을 신고하고 강남에 21억원짜리 집 한 채를 갖고 있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전 정부 기준에 부합한다는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문 정부가 당시 부동산 부정 여론이 커지자 국면 전환용으로 내놓은 방안이었다지만 돌이켜보면 ‘촌극’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공직자가 불법적으로 재산을 모은 것이라면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맞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까지 사유재산에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시는 이런 ‘이상한 규칙’을 현장에서 보지 않았으면 한다. 가뜩이나 사기가 떨어진 공직자들이 국가 백년대계보다 집 팔 걱정을 더 많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
세종=신준섭 경제부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