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가 지난해 9월 27일 출범한 지 6개월이 흘렀다. 정권과 관계없이 일관된 교육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합의제 행정위원회다. 그러나 정파색이 강한 인사들이 다수 위원으로 합류하면서 정치적 중립성 관련 우려와 교육부와의 기능 중복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교육 백년대계의 초석을 놓는 작업은 과연 실현 가능할까. 최근 정부서울청사 국가교육위원장 집무실에서 이배용 위원장을 인터뷰했다. 그는 “생각이 다른 부분을 좁히고 같은 부분을 넓혀 나가는 과정에 있다.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다면 정권을 초월하는 안정적인 교육 정책 수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교위 위원들의 정파성 우려 목소리가 나오는데.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위촉됐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조금씩 신뢰가 쌓여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이 중심이란 공감대는 충분하다. 그래서 앞으로 많은 부분에서 합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생각이 다른 부분에만 집착하면 3년(위원 임기)이 그냥 흘러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래세대를 위해 모였는데 갈등만 하면 책임을 다할 수 없다. 다른 생각을 존중하며 조율해 나가되 끝까지 좁혀지지 않는 사안의 경우 어쩔 수 없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표결하게 된다.”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 정책 일관성은 유지될까.
“국교위는 사회적 공감대를 토대로 중장기 교육 정책을 설계한다. 바로 교육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교위가 출범했다. 사회적 공감대 속에 교육 정책이 수립됐다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존중될 것으로 기대한다.”
-학생·학부모에게 국교위는 어떤 기구인가.
“교육부가 현안을 짚어간다면 국교위는 좀 더 멀리 넓게 살피는 곳이다. 교육의 가치와 철학을 담아 교육 정책이 정교하고 안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10년 단위 중장기 계획을 만든다.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높여 학생과 학부모에게 희망을 주는 기구여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교육 주체들의 신뢰가 중요하다. 신뢰는 결국 현장과의 소통에서 나온다. 지난달 경북을 시작으로 지역소멸 위기에 내몰린 곳부터 대학총장과 학생·학부모, 지자체, 교육청 등을 두루 만나며 소통하고 있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국교위 역할은.
“학부모들이 학교에 아이를 보내기 두렵다고 한다. 대안학교를 찾는 분도 있다. 공교육 정상화의 출발점은 학부모가 안심하고 보내도록 하는 일이다. 교육부는 학교폭력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등 가해자의 징계와 더불어 적절한 반성의 기회를 마련하고, 가장 중요한 피해자 보호 강화 등 제도적 접근을 한다. 국교위는 교육부와 이런 제도적인 부분을 논의하면서 동시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곳이다. 그건 아마도 따뜻한 학교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공동체가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그런 학교 말이다.”
-따뜻한 학교, 어떻게 만들 수 있나.
“심성을 따뜻하게 가꿀 수 있는 학교문화와 교육과정이 중요하다. 요즘 아이들은 (게임 등에서) 누군가를 희생시키고 승리하는 놀이를 많이 한다. 공교육에선 아름다운 문학·예술 작품이나 고전에 아이들이 충분히 젖어들도록 해야 한다. 인성 요소를 더 강화하되 그 스토리와 방법이 흥미를 줘야 한다. 경쟁 또한 달라져야 한다. 발전을 이끄는 경쟁, 함께 성장하는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친구를) 이겨야 하는 상황을 강요받고 있다. 상담교사도 더 많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정말 다양한 고민을 한다.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도 있을 수 있다. 담임교사도 있지만 상담교사가 일종의 안식처 역할을 할 수 있다.”
-교육부가 2028학년도 대입 개편 시안을 마련 중이다. 국교위 역할은.
“국교위에 최근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가 구성됐다. 중장기 대입제도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된다. 교육부에서 시안이 넘어오면 심층적인 검토와 (교육부와) 여론수렴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공교육을 살리는 입시 안이 나와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무엇 때문에 사교육이 이리 번성하는지, 왜 아이들이 학원에 그렇게 다녀야 하는지 어디서 잘못됐는지 종합적으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국교위가 생각하는 대입 개편 방향은.
“면밀한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 조심스럽다. 개인적인 의견이라면 수능 등에서 활용하는 5지선다형 평가는 교육적이지 않다고 본다. 성과(점수)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 역시 중요하다. 정답을 고르는 교육 말고, 깊이 생각해보고 서술해봐야 문제 해결력과 분석력, 창의력이 생긴다. 당장 바꾸자는 말이 아니다. 이제 조금씩 개편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국교위는 2026~2035년 적용하는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준비해 2025년 발표할 계획이다. 이 계획에 미래형 대입 제도를 담을 예정이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