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아인슈타인, 당신의 가장 큰 업적을 소개해주시겠어요?”(인터뷰 진행자) “확실치는 않지만, 수학과 물리학에 자랑할 만한 공적이 좀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도 잘 알려진 상대성 이론일 겁니다.”(아인슈타인)
지난 29일 영국 런던의 엑셀 전시장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에듀테크 박람회 ‘Bett Show 2023’(벳쇼 2023). 아랍에미리트(UAE) 기업 알레프 에듀케이션사의 부스에선 아인슈타인과의 가상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었다. 부스에 마련된 대형 화면 오른쪽에는 아인슈타인이 혀를 내밀고 있는 사진이 띄워져 있고, 왼쪽에는 대화 내용이 올라가고 있었다. 인터뷰는 ‘E=MC2’ 공식의 간략한 설명과 이를 입증하는 근거들을 열거하며 관람객을 물리학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이 회사가 시연한 제품은 ‘지피티치’(GPTeach)였다. 미국 오픈AI사의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를 응용한 교육용 소프트웨어다. 시연을 담당한 리처드 브루커씨는 “챗GPT가 활자를 통해 인공지능과 대화를 하는 것이라면 지피티치는 학생들이 좀 더 입체적이고 친숙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사진 등을 접목했다. 현재 오픈AI사와 저작권 관련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벳쇼는 1985년 시작한 박람회로 전 세계 에듀테크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행사다. 올해는 150개국에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등 60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했다. 행사를 주관하는 영국 교육기자재협회(BESA) 캐롤린 라이트 사무총장은 “올해는 에듀테크 기업뿐 아니라 최대 4만2000명 가량의 교사와 교육 관계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에듀테크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는 챗GPT로 대표되는 AI와 교사의 ‘협력’이었다. 이를 통해 교실에서 각각의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며 벌어진 학습 격차를 완화하는 해법으로도 여기는 듯했다.
질리언 키건 영국 교육부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AI는 금융·교통 등 산업에서 도입됐고, 교육이 마지막인데 기술은 도구일 뿐이고 AI를 학교로 옮겨와 세상을 바꿔야 한다”며 “AI가 도입되면 교사의 업무가 오히려 증가할 것이란 말도 나오지만 AI가 더욱 발전하면 결국 교사의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 행사에서 인도 최대 에듀테크 업체인 바이주스의 스테판 줄 부회장은 “AI가 여러 갈래로 발전하고 있어서 두렵기는 하다. 학생을 어떻게 도울지, 교사가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에듀테크 기업이)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AI의 영역이 학습에만 국한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라이트스피드 시스템스’는 AI를 활용한 위기 학생 조기경보 소프트웨어를 홍보했다. AI가 학생들의 온라인 활용 패턴을 분석해 자해, 학교폭력, 자살 등 위기 신호를 감지한 뒤 교사나 학부모에게 알리는 시스템이었다.
교육과 게임의 접목도 뚜렷한 기류였다. 한 초등학생 수학 에듀테크 업체는 분수를 ‘테트리스’ 게임과 결합했고, 한 북유럽 업체는 e스포츠와 체육 수업을 결합한 상품을 공개했다. 그 밖에 학생들의 수업 이해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장비 부스도 교사와 학생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벳쇼는 에듀테크 기업과 영국 공교육이 만나는 장이기도 했다. 학교 교육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고 싶은 교장과 교사들이 에듀테크 업체와 상담하고 직접 제품을 써본 뒤 즉석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교사들이 직접 만든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상품화하는 창구도 점차 활성화되는 추세라고 한다.
교육부는 이번 벳쇼에 장상윤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방문단을 보냈다. 교육부는 2025년까지 AI 디지털 교과서를 제작해 학생 맞춤형 수업을 구현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장 차관은 “학교는 다양한 에듀테크를 자유롭게 체험한 후 구매하고 민간기업은 현장 수요를 반영해 제품을 개발하는 선순환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영국의 에듀테크 생태계 조성 정책은 큰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키건 장관은 장 차관과 면담에서 “AI 강국 한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고 본다.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런던=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