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0억 클럽’ 특검법 국회 상정되니 압수수색 나선 검찰

입력 2023-03-31 04:03
박영수 전 특별검사. 연합뉴스

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대장동 ‘50억 클럽’ 강제수사에 나섰다. 2021년 10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로부터 50억원을 받기로 한 인사들의 명단을 공개한 지 1년5개월 만이다. 시간을 끌었던 만큼 대규모 압수수색을 하는 검찰에 대한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하필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특검법이 여야 합의로 상정되는 날 아침에 나선 의도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대장동 사건은 50억 클럽의 진실이 규명되지 않는 한 끝나지 않는다. 박 전 특검은 대검 중수부장, 서울고검장 등을 역임했고,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로 이름을 날린 거물이다. 명단에는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의 이름도 있다. 부정한 방법으로 천문학적 이익을 챙긴 개발업자들의 말에서 시작된 의혹이지만 대법관 등 법조계 핵심 인사가 로비스트 의혹을 받은 만큼 신속한 수사로 사실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2021년 11월 김만배씨 등 대장동 일당 4명 기소로 수사를 끝내려는 것에 비난이 거세자 국면 전환을 위해 박 전 특검과 권 전 대법관 등을 소환해 조사했을 뿐이었다. 이후 검찰은 1년이 넘도록 또 손을 놓았다. 지난달 곽상도 전 의원의 50억 클럽 관련 혐의에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을 향한 비난이 고조됐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런 검찰을 움직인 건 특검법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지금 수사팀은 독하고 집요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여론은 부정적이다. 검찰은 이미 수사 의지와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물론 국회에 발의된 특검법들은 각 당의 정치적 셈법에 왜곡됐고, 진실 규명에 방해가 되는 독소조항도 적지 않다. 이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걸러져야 한다. 여야는 잇속을 차리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중립적이고 능력 있는 특검을 신속히 출범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