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사꾼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자연을 통해 땅을 일구고, 땅의 열매를 얻기 위해 땀 흘리는 평범한 농부다. 지난날 많은 사업도 해봤고 실패도 수없이 경험했다. 그러나 농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돈이 속이고 사람이 속이는 법이다. 나는 땅은 정직하다고 믿는다. 사람이 땀 흘리고 수고한 만큼 땅은 우리에게 준다. 농사를 지으면서 신앙도 배웠다. 정직하게 주어진 일에 열심히 땀을 흘리며 수고할 때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그에 대한 선물을 주신다는 것을 말이다. 대자연 앞에서 욕심부리지 않고 차곡차곡 해나간다면 반드시 좋은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허락하신 직업이자 소명이기 때문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눕는 생활을 90 평생 이어오지만 늘 새롭다. 순리에 어긋나는 행동은 일절 하지 않는다. 힘이 부치면 쉬고 기력이 나면 일한다. 대가를 바라서 일하는 게 아니다. 노동의 대가는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 말씀에도 부지런히 땀 흘려 일하라고 했다.
가끔 자식들에게도 땅의 정직함을 이야기하곤 한다. 땅은 결코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아흔을 넘겼지만 아직도 밭에 나가 일하는 데 지장이 없다. 동갑내기 아내도 마찬가지다. 일할 때는 즐겁고 기쁘게 일한다.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이것이 내가 농사일을 하면서 깨달은 지혜다. 사람들은 이제 좀 쉬라 하지만 나는 고개를 흔든다.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나와 아내는 농장에 거름도 주고 전정도 하고 귤을 따고 판매하면서 지낸다. 농장 이름은 ‘제일농원’이다. 그 이름에 합당하게 농사를 지으려 한다. 가을에는 귤을 수확해서 주문 들어오는 것을 택배로 판매한다. 요즘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있어서 귤 판매가 훨씬 수월하다.
탐스럽게 달린 노란 귤들을 보면 힘이 절로 난다. 정성을 다해 나의 힘닿는 데까지 일을 할 생각이다. 주님 앞에 가는 날까지 내가 배운 세 가지 농사철학을 지킬 생각이다. 먼저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이다. 몸과 땅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뜻이다. 나는 이 신토불이라는 말을 어디를 가든 잊지 않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자고 전한다.
다음은 ‘건토’(健土) ‘건식’(健食) ‘건민’(健民)이다. 인간의 행복은 건강에 있다는 ‘삼건’(三健) 원칙과 기준을 지키며 살 것이다. 마지막은 ‘생명농업’(生命農業)이다. 농약이나 비료 대신 퇴비나 한방 영양제 등을 사용해 자연환경과 인체에 해가 없는 농업을 지향하면서 살겠다는 다짐이자 기도이다.
이 세 가지 농사철학, 건강한 몸으로 봉사하고 헌신하며 순종하는 마음이 농부의 마음이자 하나님의 마음이라는 것을 신앙생활을 통해 깨달았다. 과거 중문교회는 동네 한가운데 우뚝 서 있어서 중문 어디서나 교회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회가 모든 생활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정리=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