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민 소비 진작을 위해 발행한 ‘서울사랑상품권’이 소액사기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해당 상품권은 서울시 조례상 사인간 재판매나 환전이 금지돼 있지만, ‘선물하기’ 기능을 활용한 물밑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상황이다. 사기꾼들은 이 과정에서의 허점을 노리는 것이다. 경찰은 지금까지의 피해자가 최소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2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피해자 최모(29)씨는 지난 1월 말 서울사랑상품권 사기 피해를 봤다. 모바일 화폐인 서울사랑상품권은 온라인상에서 보통 7% 할인율로 구매 가능하다. 일부 자치구에서만 사용 가능한 상품권의 경우 10%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다만 1인당 구매 및 보유 한도가 정해져 있다. 현재 서울 전역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은 한 달에 50만원까지 구매할 수 있으며 보유 한도는 100만원이다.
최씨는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상품권 판매’ 글을 보고 판매자에게 연락했다. 구매 한도가 찬 그는 60만원어치 상품권을 추가로 구매할 계획이었다. 사기 위험을 우려해 우선 10만원어치를 결제하고, 상품권을 정상적으로 전달받으면 추가로 50만원을 결제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판매자는 “그렇게 소액거래는 안 한다”며 거절했다. 결국 최씨는 60만원어치를 한 번에 구입하기로 하고 판매자가 알려준 계좌로 54만원을 입금했다. 이후 판매자는 연락을 끊었다.
최씨처럼 서울사랑상품권을 구매하려다 비슷한 수법에 당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최근 사기 혐의로 A씨(33)를 구속 송치했다. A씨는 주로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조리원에서 쓰고 남은 상품권을 판다’ 등의 거짓말로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그가 피해자 40여명으로부터 약 2400만원의 돈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 혐의를 조사 중이어서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도 지난달 말 사기 혐의로 B씨(30)를 구속 송치했다. B씨 역시 상품권 허위거래로 수십명에게 수천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수서경찰서도 지난달 초 상품권 사기 혐의로 C씨를 송치했다.
A씨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체포되기 전까지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B씨도 이미 지난해 두 차례 기소된 상태에서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C씨 역시 지난해 동일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뒤 또다시 사기 행각에 나섰다.
해당 상품권은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나 병원비·생활비 등을 아끼려는 중년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에서 정한 보유 한도로는 부족해 사기 위험을 무릅쓰고 거래에 나서는 것이다. 별다른 인증 절차 없이 개인 간 양도가 가능한 점도 범죄의 표적이 된 이유로 꼽힌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정거래 탐지 시스템으로 매년 점검 중”이라며 “선물하기 기능 제한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적극적 홍보를 통해 피해 발생을 막겠다”고 말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