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뒷담] 지점 거래처에 ‘난 청구서’ 보낸 산은 고위 간부

입력 2023-03-30 04:06

KDB산업은행 한 고위 간부가 지점 거래처로부터 ‘난’을 받아오라는 지시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간부는 지점별로 받아야 할 난 개수를 할당했을 뿐 아니라 가능하면 회장·대표이사 명의로 받아달라고까지 했다.

최근 지방본부로 인사 발령이 난 A씨는 지난 27일 관할 지역 지점장에게 단체 메일을 돌렸다. A씨는 “최근 개소한 ○○센터가 신규 인테리어 등으로 근무 여건이 좋지 않다”며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각 지점 거래처에서 화분과 난을 부탁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하면 중견기업 회장 또는 대표이사 명의면 더욱 좋겠다”며 “수요일까지 도착 부탁드린다”라고 시한까지 명시했다. 또 “제가 부탁드린다고 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씨가 보낸 메일이 내부에 퍼지면서 큰 비판이 일었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사내 인트라넷에도 비판 글이 속속 올라왔지만 이들 게시물 상당수는 삭제됐다. 한 직원은 29일 “각 지점장에게 거래처별 화분 개수를 할당하는 게 2023년에 가능한 일인가”라며 “인사부 감찰반은 비위 행위를 조장한 A씨에 대한 감찰을 진행해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씨가 임직원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받지 않도록 규정한 산은 임직원 행동강령(제14조의 3)뿐 아니라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A씨는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밀어붙인 인물로 지목되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산은 한 직원은 “새 사무실을 졸속으로 만들어 환경 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는데도 A씨 본인이 급하게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A씨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산은을 통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산은은 현재 사실관계 확인 중으로 관련 법규 및 규정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