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주요 명소 나무 무차별 벌목… 시민들 반발

입력 2023-03-30 04:02

전북 전주시가 주요 명소의 나무들을 무차별로 잘라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전주시는 이달 초부터 전주천변과 삼천변에 있는 버드나무 수백그루를 벌목했다. 하천의 통수 면적을 확보해 홍수를 예방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수변 억새군락도 갈아 밀었다. 여기엔 다른 꽃밭을 만들겠다며 이랑을 만들고 있다.

이에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와 전주시의원들은 29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년 전주의 상징, 전주천과 삼천의 버드나무 무차별 벌목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주천과 삼천, 물길 가장자리에 자연적으로 뿌리를 내린 버드나무와 억새군락은 자연성을 회복한 전주천의 선물”이라며 “하천의 준설과 자생수목의 벌목을 모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정확한 조사와 분석, 전문가 자문과 환경단체 협의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들과 돌아본 남천교 앞 전주천에는 북쪽편에 있던 버드나무들이 모두 사라진 채 밑동만 남아 있었다. 시민들의 항의로 벌목작업이 중단돼 남쪽편 30여 그루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버드나무 주변에는 시민들이 광목천에 쓴 항의문 수십 개가 줄지어 놓여져 있었다.

전주시는 지난 1월 11일에도 한옥마을 내 오목대숲에 있는 아름드리 상수리나무와 느티나무 40여그루를 갑작스럽게 베어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시는 현장설명회를 갖고 경관 개선을 위해 일부 나무를 벌목했으며, 앞으로 목재 데크와 난간을 설치하고 나무를 벤 자리에는 배롱나무 35그루와 목수국 400주를 심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시는 “오목대라는 이름이 오동나무가 많은 언덕을 뜻하는 만큼 그 취지에 맞는 공간을 조성하라는 문화재위원회 권고가 있었다”며 “다만 현재는 오동나무 수급이 어려워 우선 비교적 높이가 낮은 수목 위주로 식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관광객 편의와 조망 효과를 이유로 나무를 베고 콘크리트를 바르고 것은 제 살을 깎아먹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글·사진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