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분기 최대 손실에도… 업계 “바닥 찍었다” 기대감

입력 2023-03-30 04:07

세계 3위 D램 업체 미국 마이크론이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손실을 냈다. 그런데도 시장은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는다.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앞서 실적을 발표한다. 이 때문에 일종의 ‘선행지표’로 받아들인다.

마이크론은 자체 회계년도의 2분기(2022년 12월~올해 2월)에 매출 36억9000만 달러, 순손실 23억12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이번 분기 손실은 2003년 2분기 19억4000만 달러보다 많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이다.

큰 손실을 입은 원인은 ‘재고자산 평가절하(Inventory write-down)’다. 이 규모가 13억4000억 달러에 달했다. 쌓인 재고를 회계상 손해로 처리했기 때문에 향후 실적에서 부담을 줄이게 됐다. 웨드부시 증권의 매트 브라이슨 애널리스트는 “향후 경기 회복 시기와 폭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에게 긍정적”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또한 반도체 제품의 재고 상황이 개선될 전망이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예측 범위 내에서 2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재고가 개선되고 있으며 업계의 수요·공급 균형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3분기 매출이 최대 39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관측한다. 이는 월가의 예상치(37억5000만 달러)와 비슷하다. 시장 우려보다 나은 실적을 거두면서 최악 반도체 침체가 끝났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제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진단했다.

마이크론의 실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을 내다보는데 기준점 역할을 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실적에서 반도체 불황 탈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관련해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2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업체들의 공급량 조절효과가 하반기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재고도 점차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는 불확실성도 공존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부회장은 “미국의 패키징 공장 건설은 계획대로 추진하지만, 지원금 신청을 두고 고민 중이다. 수율 정보 등을 담은 엑셀 파일도 요구하고, 신청허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반도체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서는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 각국 정부와 고객의 필요·수요에 반하지 않으면서 최적의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