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 편성에서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간다고 밝혔다. 국채 이자 등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할 부분을 뺀 재량지출 중 집행이 더딘 예산을 10% 이상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조절할 수 있는 예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지역화폐 등 현금성 지원을 줄이고 불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는 보조금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부정 수급이 자주 발생하는 복지사업 등 재정누수 요인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28일 ‘2024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예산안 편성지침은 내년 재정 운용 기조와 투자 중점, 재정혁신 방안 등을 담은 원칙이다. 이번 지침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처음 제시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세금이 한 푼도 낭비되지 않도록 강력한 재정 혁신을 추진해 건전재정 기조를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670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이 확정됐다. 정부는 우선 집행이 부진하거나 성과가 미흡한 사업의 재량지출을 10% 이상 감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모든 재량지출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10% 이상 의무 구조조정을 하도록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정부는 신규사업 재원을 기존사업 지출 절감으로 충당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최상대 기재부 제2차관은 “통상적으로 10조~12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이 있었다”며 “작년만큼 구조조정을 하기는 굉장히 어렵지만 예년 수준 이상의 구조조정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약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했다.
정부는 또 사회보장급여를 과다하게 받거나 반복적으로 수급한 사례 등을 적발하고 복지 전달체계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공공부문 경비도 줄인다. 공공부문이 직접 사용하는 업무추진비, 여비, 일반 기관운영비 등을 필수분만 반영키로 했다.
한 해 100조원에 달하는 보조금 관리는 더 철저해진다. 정부는 부정 수급, 부당사용 국고보조 사업에 ‘페널티’를 부여해 재정지원 정상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관계 부처 합동으로 운영되는 ‘보조금 집행점검 추진단’은 부정사례 적발 시 사업 폐지·축소·제도개선 등 재발 방지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부처 간 유사 목적·기능 사업은 통폐합돼 중복 지급이 차단된다. 윤 대통령은 “회계와 자금 집행이 불투명한 단체에 지급되는 보조금, 인기 영합적 현금 살포, 사용처가 불투명한 보조금 지급 등 부당한 재정 누수 요인을 철저히 틀어막고 복지 전달체계를 효율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불필요한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고 탈루 소득 과세를 강화해 세입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다. 과태료, 과징금 등 미수납 수입에 대한 체납관리를 강화해 세외수입도 확대할 예정이다. 유휴·저활용 국유재산의 매각·개발도 적극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향후 5년간 16조원의 국유재산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복지와 안전, 국방 등 국가의 기본 기능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구직단념 청년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국방·안전·보훈 등의 기능을 강화키로 했다. 최 차관은 “약자복지, 청년 일자리 창출, 국가 기본기능 수행 강화 등 필수투자 분야와 관련해서는 과감하게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