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씨가 스스로 한국에 돌아와 경찰에 체포됐다. 자신의 마약 투약 사실뿐 아니라 가족의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해 온 전씨가 입국하면서 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추가적 형사 조치가 진행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28일 오전 6시쯤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전씨의 신병을 확보해 서울청 마포청사로 압송했다. 경찰은 전날 법원에서 체포영장과 신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전씨를 상대로 마약류 투약 여부를 검사하는 한편 투약 경위, 다른 연루자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전씨는 지난 17일 유튜브 개인 방송을 통해 미국 뉴욕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마약 투약 모습을 생중계했다.
압송 중 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전씨는 “민폐를 끼쳐서 죄송하다. 저 같은 죄인이 한국에 와서 사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국민 여러분께 정말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5·18단체와 유가족, 피해자분들께 사과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이어 “(유튜브) 방송에서 제 죄를 피할 수 없도록 전부 다 보여드렸다. 미국에서 마약을 사용한 병원 기록도 있으니 그걸 확인해 보면 된다”며 마약 투약 혐의도 사실상 인정했다.
그의 등장으로 전 전 대통령 가족의 미납 추징금 문제와 비자금 의혹 등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앞서 전씨는 자기 가족이 연희동 자택 금고에 있는 비자금으로 호화 생활을 누리는 등 불법행위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도 그는 “(우리 가족의) 자금력이 어마어마하다. 10억, 100억, 얼마가 있는지 모른다”고 언급했다(국민일보 3월 16일자 12면 참조).
경찰의 마약 투약 수사에 이어 검찰의 추가 조사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전 전 대통령 일가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으로 고발한 사건을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임세진)에 배당한 상태다.
다만 현재로서는 범죄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부분은 새로운 증거 확보가 쉽지 않고, 공소시효(5년)도 걸림돌이다. 922억원가량 되는 미납 추징금 집행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다. 당사자가 사망하면 절차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할 수 있는 부분이나 새로운 단서가 있는지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성윤수 기자, 박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