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디스플레이 자존심’ JOLED 파산… 국내 업계도 살얼음판 경영

입력 2023-03-29 04:06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 JOLED가 파산 절차를 밟는다. 한국 업체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백기’를 든 셈이지만, 우리 업체들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경기 침체로 디스플레이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당분간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JOLED는 2015년 파나소닉과 소니가 손을 잡고 만들었다. 한국과 중국 OLED 업체를 따라잡겠다는 의도는 물론 LCD에서 한국에 빼앗긴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깔고 있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형 OLED는 LG디스플레이, 중소형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석권하고 있는 상황에서 빈틈을 파고 들지 못했다. 투자 규모나 시기에서 한국과 중국 업체들을 제치지 못했다. 코로나19 등으로 공장 가동시기가 늦춰지면서 2021년 봄에서야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지만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JOLED는 지난 27일 일본 도쿄 지방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이 28일 보도했다. JOLED의 총부채는 337억엔(약 334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JOLED는 일본 내 공장 2곳을 폐쇄하고, 직원 약 280명을 해고했다. OLED 패널 제조 및 판매에서 완전히 철수할 예정이다.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TV 수요 부진으로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이 크게 위축하고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의 올해 1분기 영업적자를 8896억원으로 추산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분기부터 적자행진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7일 LG전자로부터 1조원을 차입하기로 했다. 이 자금을 중소형 OLED 투자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노트북, 차량용 OLED 시장에서 성장할 여지가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장 아이폰15용 디스플레이에서 LG디스플레이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당초 아이폰15에 납품하려던 중국 BOE는 수율 문제 등으로 초도 물량계약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은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BOE, LG디스플레이 등에 물량을 맡기고 있다. BOE의 진입이 늦어지면 그만큼 LG디스플레이에 더 많은 물량이 배정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부터 퀀텀닷(QD) 디스플레이로 대형 OLED 시장에 진입한 삼성디스플레이도 최근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대형 OLED 분야에서 후발주자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TV 시장이 위축돼 마냥 투자를 늘릴 수 없어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