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절차상 하자는 있으나 무효는 아니다”는 논리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인정하는 결론을 내린 뒤 갈등의 불씨가 법무부 시행령으로 옮겨붙었다. 검찰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범죄 등’으로 정한 개정 검찰청법 조항과 검수완박 입법 취지가 공방의 핵심이다.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쟁점이 된 법무부 시행령은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시행에 맞춰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일부 되돌리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손봤다.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범죄 대응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새 시행령으로 검수완박법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로 남긴 부패·경제 범죄에 직권남용·방위산업 범죄 등이 포함됐고 무고·위증 범죄가 ‘사법질서 저해 범죄’로 분류돼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의 충돌 지점은 시행령 개정 근거다. 검찰청법은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규정한다. 법무부는 ‘등’이라는 문구가 중요범죄의 구체적인 범위를 시행령에 위임했다고 본다. 검수완박법 개정 취지와 유엔 부패방지협약 등 국내외 협약 및 법령, 수사 실무를 고려해 위임 범위 내 시행령을 고쳤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검수완박법이 시행령으로 무력화됐다고 맞선다. 입법 취지가 검찰 수사권 축소였던 만큼 일부 수사 범위를 확대한 시행령을 이제라도 재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을 꼬투리 삼아 위법 수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장관은 “검수완박법 자체가 형사사법체계에 혁명적 변화를 갖고 온 법이라 해석상 여러 쟁송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입법 과정에서 나온 필연적인 결과일 뿐, 시행령 때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시행령 개정으로 마약·보이스피싱 등 민생범죄 수사역량이 강화된 것도 강조한다. 반면 민주당측은 “수사는 경찰에 맡기고, 검찰은 이를 검토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