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이사비까지 회삿돈을 개인금고로… 조현범 구속기소

입력 2023-03-28 04:05
계열사 부당지원 및 횡령·배임 의혹을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이 개인 가구 구매나 이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처리하는 등 법인 재산을 사유화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 회장은 200억원대 횡령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윤석열정부 들어 1호 대기업 총수 구속 기소 사례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27일 조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조 회장은 2017~2022년 한국타이어 등 법인 명의로 구입 및 리스한 ‘페라리 488 피스타’(4억3500만원 상당) 등 고급 외제차 5대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법인 소속 운전기사가 부인의 전속 수행기사로 일하기도 했다. 회사는 이로 인해 17억600만원 손해를 입었다.

조 회장은 자택 이전 비용도 회삿돈으로 처리했다. 이사비 1200만원은 해외파견 직원 귀임 비용에, 가구 구입비 2억6000만원은 한국타이어 신사옥 가구 매입 대금에 끼워넣는 식이다. 가족 해외여행 때 법인카드를 쓰거나, 개인 채무를 진 지인에게 법인카드 4장을 줘 쓰게 한 혐의(5억8000만원 횡령)도 있다.

조 회장은 또 한국타이어 계열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MKT) 자금 50억원을 경영 사정이 좋지 않은 현대차 협력사 리한에 담보 없이 빌려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 회장은 이 회사 대표와 친분이 있다고 한다.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가 MKT의 타이어몰드를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에 사주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하는 과정에 개입, 한국타이어에 131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는다. 그의 혐의 중 범죄 규모가 가장 큰 부분이다.

검찰은 조 회장이 앞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3610억원가량의 채무를 지게 됐고, 매년 대출원리금 등으로 약 400억원의 지출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빚 변제 부담이 큰 상황에서 씀씀이는 유지하려다 보니 회삿돈을 유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총수 지위를 남용해 회사의 사업 기회를 탈취하고, 회사 재산을 개인 재산처럼 유용해 법인 제도를 남용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