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에서 불어닥치고 있는 핵전력 강화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기로 했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는 고속 중성자 원자로 협력 계약을 맺었다. 이는 중국에 대한 핵연료 공급이나 다름없어 핵탄두를 크게 늘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런 움직임에 가장 고무될 나라는 하루가 멀다하고 핵·미사일 도발에 나서는 북한이다.
북한은 지난 10일 새 고도 800m에서의 전술핵탄두 폭발 실험, 핵어뢰 발사 실험, 순항미사일의 모의 핵탄두 폭발 실험을 차례로 진행했다. 모두 신형 핵무기 존재를 과시하며 그 위력을 테스트한 것이다. 그 자체로 대한민국 안보에 엄청난 위협이다. 그런데 북한 후견인 격인 중국과 러시아가 자체 핵무장을 강화한다면 이는 “더 이상 북핵에 대한 견제는 없다”는 시그널이나 다름없다. 북한의 핵 폭주는 불을 보듯 뻔해진다. 미국도 이를 의식해 핵 항공모함 ‘니미츠’호를 한·미 연합 실기동훈련에 동원하는 등 동맹 보호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단추만 눌러도 남한을 무력화할 수 있는 북한 핵 위협의 강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실제 북한은 니미츠호의 부산 입항 하루 전날인 27일 동해상에 탄도미사일을 쏘는 등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의 전략자산 이동에도 움츠러들지 않을 정도로 자체 핵무장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다.
한반도 핵 지형의 급변은 우리가 비핵화의 울타리에 계속 머물러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독자 핵개발을 지지하는 응답이 77%나 됐다. 핵개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등에 배치된 것이어서 선택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 안보가 벼랑 끝에 몰린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간사가 최근 현지 언론에 “한국에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미 정치권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정부가 북핵 위협에 맞서 미국에 안보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요구를 당당히 해도 될 때다. 호주처럼 핵추진 잠수함을 제공받거나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핵 역량 축적에 나서는 것 등이 우선 순위가 될 만하다. 다음 달 대통령의 방미를 통해 이에 대한 양국 공감대가 이뤄지길 바란다. 한반도 핵 도미노의 악순환은 끊어야 하지만 그 전제는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것이다. 또 중·러도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여론을 자극하지 않도록 선을 지키는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