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상 입국인 것처럼 꾸며 비자를 부정하게 발급받았더라도 난민으로 인정된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란 국적 난민 A씨의 형을 면제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한국에 들어와 취업 및 난민신청을 할 계획을 세우고 브로커에게 4700달러를 지급했다. 브로커는 “A씨가 제품을 보고 싶어 하니 비자를 받을 수 있게 초청장을 보내달라”고 국내 기업을 속여 초청장을 받아냈다. A씨는 2016년 단기방문(C-3) 비자를 신청하면서 근거 자료로 초청장을 냈다. 이후 입국한 그는 비자를 불법 발급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형사 재판과 별개로 A씨는 난민신청도 냈다. 이란에서 기독교 세례를 받고 예배를 드리다 체포됐는데 고문을 당하는 등 두려움을 느껴 한국에 왔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신청을 기각했지만, 그는 행정소송 끝에 2020년 11월 난민지위를 인정받았다.
A씨 형사 사건 2심 재판부는 이를 감안해 2021년 2월 1심을 깨고 형 면제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이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난민이 불법으로 입국하거나 체류한다는 이유로 형벌을 가해서는 안 된다’는 난민협약 내용은 협약에 가입한 우리나라 형사재판에서 형을 면제할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국제협약인 난민협약은 가입국들에게는 국내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대법원은 “난민협약에서 형 면제 대상으로 정한 ‘불법 입국’에는 비자 없이 입국하는 행위는 물론 불법으로 비자를 받아 입국하는 행위와 이를 구성요건으로 하는 범죄도 포함한다”고 판시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