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사다리 걷어차기’ 등을 쓴 장하준 영국 런던대 경제학과 교수가 10년 만의 신작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출간을 계기로 한국을 찾았다.
장 교수는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챕터가 음식 얘기로 시작해 경제 이야기로 나아간다”면서 “모든 게 경제 논리로 결정되는 시대에 시민들이 경제를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마늘로 시작해 초콜릿으로 끝나는 이 책은 호밀을 통해 복지국가를, 고추를 통해 돌봄노동을, 딸기를 통해 자동화를 얘기한다.
간담회에서는 국내외 경제 현안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장 교수는 1990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케임브지대 교수로 임용된 세계적인 경제학자다. 그는 미·중 갈등에 대해서 “미국이 중국을 대하는 게 말은 거칠지만 사실 굉장히 실용적이다”며 “우리나라는 조심해서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군사력과 관계가 있는 반도체 같은 문제는 강력하게 나오지만 그 외에는 사실 중국과 협력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 생산기반이란 게 많이 없어졌고 거의 다 중국에서 들어오고 있는데, 그걸 하루 아침에 버릴 수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가 어느 한 쪽에 확실히 붙어야 되겠다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한국 정부가 일본하고 가까워지려고 하는 것 같다. 그것도 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경제 중 하나다. 무역의존도가 15%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처럼 50% 되는 나라가 아니다. 그래서 한 쪽을 버리고 한 쪽하고만 놀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역의존도가 가장 낮은 나라와 가장 높은 나라의 세계 전략이 같을 수 없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 해야 한다. 일본이 추구하는 동아시아 체제나 한·미·일 공조에 말려들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주 69시간’ 제도에 대해서는 “국민소득 3만5000불 시대에 이게 아젠다로 나온다는 게 경악스러웠다”면서 “1970년대라면 말이 되겠지만 지금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