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조찬기도회는 정당과 이념, 성별을 초월해 하나님 한 분으로 하나되는 자리다.”
70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10년 넘게 헌신해 온 핵심 멤버가 건넨 조언이다. 1953년 백악관에서 처음 시작된 미 국가조찬기도회는 매년 2월 첫째 주 목요일 선출직 공무원을 포함해 정부 관료들이 교파와 상관없이 모여 국가를 위해 기도하는 자리다. 한국도 이를 본떠 1966년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가조찬기도회가 시작됐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미 국가조찬기도회 길버트 곤잘레스(68) 이사는 조지 W 부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기간을 합쳐 12년 동안 대통령 고문으로 활동했다. 일시 방한한 그를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만났다.
곤잘레스 이사는 미 국가조찬기도회를 설명하면서 줄곧 ‘헌신’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기도로 협력해 미국을 하나의 국가로 뭉치도록 만드는 것이 기도회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념과 가치 등 서로의 다른 점을 뛰어넘어 국가 발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두 손을 모으자는 데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정치·이념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의 정치적 갈등 상황에 대해 그는 미 의회의 활동을 예로 들어 조언했다. 곤잘레스 이사는 “미 의회에서는 상·하원 의원들이 매주 소그룹 모임을 갖는다”면서 “의원들은 정당과 신념, 가치관이 다르지만 서로 교제하면서 차이점을 인정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의원들이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하나의 길로 통합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국의 국회의원들도 자신의 주장과 이익은 잠시 내려놓고 국가적 대의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옳은 일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국가조찬기도회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조금 특별하다. 2001년 9·11테러로 미국이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을 때 곤잘레스 이사는 친한 친구 목사의 조언과 기도 응답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그는 기도회는 물론 주요 현안에 대한 대통령 자문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아프리카 국가 개발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 아내를 두고 있는 그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