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우면산서 한강까지 예술·사법·관광 어우러진 명소 잇는다

입력 2023-03-27 20:41 수정 2023-03-27 20:49

서울 서초구하면 보통 부촌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다양한 ‘상징 시설’들이 있다. 서울의 주요 관문 중 하나인 고속버스터미널과 국가대표 도서관인 국립중앙도서관이 반포동에 있으며, 국내 대표 공연장인 예술의 전당과 한국예술종합학교, 국립국악원이 서초동에 있다. 법조계 역시 보통 ‘서초동’으로 불린다. 서초구가 이같이 다양한 상징시설들을 ‘문화’로 묶는 작업을 본격화한다.

서초구는 우선 예술의 전당 일대를 ‘K-클래식’의 중심지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988년 예술의전당이 서초동 일대에 들어선 이후 국립국악원,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설립되면서 예술의전당 맞은 편에는 다양한 악기상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현재 이곳에는 26개의 공연시설과 96개의 악기시설, 63개의 연습시설, 10개의 전시시설 등 210개의 클래식 악기상점과 악기공방 등이 밀집해 있다. 이에 2018년 이 지역은 ‘서리풀 악기거리’라는 이름으로 전국 유일의 음악문화지구로 지정됐다.

서초구 관계자는 27일 “일반인들에게 실용 악기로 낙원상가가 유명하다면, 이곳은 클래식음악 전공자들이 더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며 “악기가 든 가방을 메고 지나는 사람들을 골목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서초구는 2018년 11월 예술의전당 앞의 70m 구간 지하보도를 리모델링해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를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공모를 통해 청년예술가 작품을 소개하면서 창작활동을 지원해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열어 주는 공간이 되고 있다. 이어 2019년 11월에는 청년예술인들의 창작과 교류를 지원하기 위해 개인 연습실, 합주실 등을 갖춘 ‘서리풀 청년아트센터’도 문을 열었다.

구는 주민들에게 클래식 문턱을 낮추기 위해 악기공방과 악기상점 장인들의 협조를 얻어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사업들도 진행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방에서 바이올린 등 클래식 악기를 제작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클래식 악기 탐구생활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초구는 나아가 예술의전당 일대부터 고속버스터미널 일대까지 구간을 나눠 총 5가지의 테마가 있는 특화거리로 만드는 ‘문화벨트’ 조성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서초3동 사거리부터 서초역 사거리까지는 ‘서리풀 악기거리’와 연계한 ‘음악·축제거리’로 만들 예정이다. 구는 이 두 거리를 연결해 음악거리의 느낌이 날 수 있도록 음악 조형물과 이정표 등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경관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서초구의 대표 문화예술 축제인 서리풀 페스티벌도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구는 ‘서리풀악기거리 및 반포대로 일대 디자인 개발 용역’을 진행 중이다.

서초역 사거리 일대는 대법원·대검찰청·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이 있어 법조타운이 형성된 점을 고려해 ‘사법정의 허브’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 구는 이곳에서 구민 누구나 사법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법 문화지원을 제공할 방침이다. 구는 내부적으로 ‘사법정의 허브 추진 TF’도 준비 중이다.

구는 대법원 북쪽 국립중앙도서관 일대는 도서관과 인근 몽마르뜨공원·서리풀공원 등을 연계해 책과 함께 사색을 즐기는 ‘책문화 거리’로 만들 예정이다. 고속터미널역 인근에는 지하상가와 백화점·호텔 등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관광·쇼핑 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2026년에는 서초역 서쪽에 있는 정보사 이전부지 일대에도 복합문화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라며 “문화벨트가 구축되면 우면산에서부터 한강까지 문화, 사법 정의, 관광이 함께 어우러지는 서초만의 특색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수 서울 서초구청장
“풍부한 인프라 엮어 문화예술 성지 만들것”


전성수(사진) 서울 서초구청장은 27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서초구는 예술의 전당·국립국악원·한국예술종합학교·국립중앙도서관 등 문화예술 인프라가 풍부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음악문화지구를 품은 곳"이라며 "서초의 중심축인 반포대로 일대 하나하나 귀한 가치를 지닌 구슬들을 엮어서 이곳 일대를 문화예술의 거점이라는 '보배'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은 일반적인 대중음악에 비해 접근성이 낮다. 서초구는 이를 고려해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클래식 음악'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청년 예술인들이 클래식, 재즈 등을 선보이는 '찾아가는 꽃자리 콘서트' 등 여러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전 구청장은 "서초구 곳곳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해 모두에게 클래식 접근성을 넓히고 서초구를 'K-클래식 중심지'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최대의 법조타운인 서초역 일대는 법률상담·교육 등이 끊임없이 진행되는 '사법정의 허브'로 만들 계획이다. 전 구청장은 "국제사법재판소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가 사법 정의의 국제 중심지가 된 것처럼 이곳도 국내 정의의 상징이 되는 공간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구청장은 현재 반포대로 외 다른 곳에도 문화시설 확충을 고민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경부간선도로 지하화가 이뤄지면 생기는 상부 공간이다. 그는 "최근 국토부와 서울시가 사업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서초구는 상부공간과 주변 지역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준비 중"이라며 "구민들이 제일 많이 원하는 것이 문화시설과 체육시설이다. 용역과 함께 주민의 의견도 수렴해 이를 서울시와 국토부에 적극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