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뇌물 혐의 이재명, 고의성·부정청탁 판단이 운명 가른다

입력 2023-03-24 04:06
국민일보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배임·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한 검찰은 이번 사건을 ‘징역 11년 이상이 선고돼야 할 중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23일 검찰 안팎에서는 이 대표에게 적용된 5개 혐의 중 핵심인 대장동 사업 관련 배임 혐의, 성남FC 관련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그의 운명을 가를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민간업자에게 개발이익을 몰아준 데 고의가 있었는지, 기업들의 성남FC 후원과 성남시의 인허가 사이 ‘부당거래’가 있었는지를 얼마나 입증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전날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가장 주된 혐의인 배임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일당’에게 유리한 사업구조를 승인해 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의도적으로 대장동 아파트 용적률 상향,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등을 통해 민간업자 이익을 극대화했다고 판단했다. 대장동 일당과의 오래된 유착관계는 이러한 범행의 전제로 봤다.

법정에서는 이 대표에게 배임에 대한 인식과 고의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측은 안전하게 확정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공사 몫 수익을 비율이 아닌 확정액으로 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간업자 이익이 늘어난 건 예상치 못한 부동산 가격 급등 탓일 뿐 당시 이 대표 결정은 정당한 정책적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자원외교 관련 배임 사건에서도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이 ‘정책적 결정’이었다는 이유로 모두 무죄를 받았다.

수사팀은 이 대표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민간업자와 맺은 유착관계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공사 내부에서 나온 추가이익 환수, 공사 배당률 상향 의견을 묵살한 것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고 본다. 변수는 이번 공소사실에서 빠진 428억원 약정 의혹이다. 검찰은 428억원 약정을 이 대표의 배임 동기로 의심하고 있지만 아직 수사를 마치지 못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배임의 동기 자체에 불법성이 뚜렷할 때 배임죄 성립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제3자 뇌물 혐의의 경우 4개 기업이 성남FC에 지급한 돈과 성남시의 인허가 조치 사이 ‘부정한 청탁’을 입증해내야 한다. 이 대표 측은 ‘행정과 성남FC 후원금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검찰은 최소 묵시적 청탁은 입증 가능할 정도의 인적·물적 증거가 확보됐다는 입장이다. 뇌물을 공여한 기업의 진술도 명확하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