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성범죄 피해자 넷 중 한 명이 13세 미만

입력 2023-03-24 04:04

2020년 12월 성인 남성 A씨는 모바일게임 채팅방을 통해 중학교 3학년생 B양(16)에게 접근했다. 이 남성은 2개의 아이디로 B양과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더니 몇 시간 뒤 두 남성과 연락을 하며 바람피우는 B양의 실체를 폭로하겠다고 겁을 줬다. B양이 겁을 먹자 신체 일부분을 찍어서 보내면 폭로하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A씨의 계속되는 요구에 A양은 공포에 떨며 사진을 보내야 했다. 이 남성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고등학교 1학년인 C양(17)은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접속했다. 채팅방 개설자 D씨는 C양에게 집에서 강아지를 돌보는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다음 날 C양은 D씨를 찾아갔지만 그는 C양을 모텔로 데리고 가 추행했다. 이 남성에게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여성가족부가 2021년 기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가운데 유죄 판결이 확정된 2671명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아동·청소년 피해자의 25.6%는 13세 미만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피해자 중 여성은 91.2%였고, 피해자 평균 연령은 14.1세로 나타났다.


성범죄 피해 아동·청소년의 60.9%는 ‘아는 사람’(가족 및 친척 제외)에게 범죄를 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경우는 23.4%였고, 가족 및 친척은 9.2%로 나타났다.

특히 범죄 피해 유형 중 강간이나 성착취물, 성매수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B양, C양 사례와 같이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피해를 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되는 경로는 ‘채팅앱’(44.7%)이 가장 많았고, 이들 중 실제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루어진 사례는 48.9%에 달했다.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이미지 형태가 51.6%로 가장 많았고 동영상 44.2%, 딥페이크 등 기술을 이용한 이미지 합성물도 3.1%를 차지했다. 청소년 등이 유포 협박을 받은 사례는 20.0%, 실제 유포된 경우도 18.9%로 2019년보다 늘었다. 유포 협박을 하면서 ‘강도 높은 성적 이미지를 촬영 혹은 전송’하라고 요구한 경우가 60.8%로 가장 많았다.

최종심 선고를 기준으로 징역형이 선고된 사례는 2014년 33.0%에서 2019년 36.3%, 2021년 39.5%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벌금형은 2014년 22.1%에서 2019년 13.3%로 줄었고 2021년은 7.9%로 급감했다. 다만 징역형 중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가 52.3%로 여전히 절반 이상 차지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양상·심각성을 고려하면 효과적인 수사 기반 확충과 예방교육이 중요하다”며 “올해 최초로 실시하는 성착취물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응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