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탈종교… 목회 환경 어려울수록 ‘진짜 목회자’ 드러나”

입력 2023-03-27 03:05
오대식(오른쪽) 신도배 목사가 최근 서울 성동구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 사무실에서 ‘포스트 엠디비 학교’를 설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젊은 목회자들의 사역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청빙을 받기도 쉽지 않고 개척을 하자니 막막하다. 교회 신뢰도 추락은 목회 환경을 녹록지 않게 만들고 있다. 이런 다음세대 목회자를 위해 선배들이 나섰다.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이사장 김지철 목사)이 운영하는 ‘포스트 엠디비(Post M.Div.) 학교’(교장 오대식 목사)는 여섯 명의 선배 목회자가 멘토 역할을 하며 건강한 목회를 꿈꾸는 후배들을 돕고 있다.

최근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만난 멘토 오대식(높은뜻덕소교회) 신도배(서울드림교회) 목사는 “많은 후배 목회자들이 미래를 바라볼 때 불안하고 불확실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2021년 출범한 포스트 엠디비 학교는 이들이 바른 교회관과 목회 계획을 가지고 사명을 이뤄가도록 함께 공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좋은 멘토링이 되려면 좋은 멘토를 세우는 게 우선이다. 목회멘토링사역원에서 10년 넘게 멘토링한 오 목사는 포스트 엠디비 학교가 2020년 개교하면서 초대 교장을 맡았다. 교장으로 취임한 뒤엔 멘토 섭외에 가장 중점을 뒀다.

“멘토를 선정할 때 부목사와 유학 생활을 거쳐 청빙을 받은 목회자는 일부러 제외했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서 특별한 영역을 개척한 분, 변화되는 시대와 소통할 수 있는 분,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멘토링 할 수 있는 분을 모셨습니다.”

오 목사와 신 목사를 비롯해 박재필 장신대 교수, 이길주(길목교회) 이지원(숲속샘터교회) 이호훈(예수길벗교회) 목사가 멘토로 참여했다.

신 목사는 “나는 하용조·김지철 목사님을 멘토 삼아서 많은 걸 배웠고 도움을 받았다. 이제 그 은혜를 다음세대에 흘려보내야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멘토를 수락했다”며 “학교를 열기 전 멘토들이 수시로 모여 어떻게 후배들에게 많은 걸 알려주고 격려할지 회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시작한 2기에는 20명 정원임에도 60명에 가까운 목회자가 신청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강의, 수련회, 교회 탐방, 팀별 미션, 프로젝트 발표 등 다양한 커리큘럼이 숨 쉴 틈 없이 돌아갔다.

이제 막 신대원을 졸업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 부목사로 3~5년 사역하다 다음 스텝을 모색하는 이들, 신임 담임목사로서 새로운 교회의 모델을 만들어가야 하는 이들 등 다양한 고민을 하는 목회자들이 멘티로 모였다. 멘토들은 정식 강의 외에도 멘티들과 수시로 만나서 목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이야기들을 나눴다.

신 목사는 “서울에서 다음세대 사역을 열심히 하던 한 목사님이 장년세대 중심인 지방 교회로 청빙을 받았다. 그런데 기존에 돌보던 청소년을 향한 열정이 커서 어떻게 병행할 수 있을지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며 “당회 허락을 얻어 청소년 선교단체를 만들고 일주일에 한 번 서울로 파송 받기로 했다. 많은 사람의 지성을 모아서 창의적인 목회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젊은 목회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도 모였다.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젊은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목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교회학교 아이들을 돌보는 목회, 홈스쿨링을 통한 목회, 성악과 운동이라는 전공 분야를 살려 할 수 있는 목회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공유되고 발전됐다.

멘토들은 멘티들의 모습에서 다음세대의 희망을 봤다. 복음 전파를 향한 이들의 열정과 노력, 수고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도 했다. 오 목사는 “멘티들이 어떤 방법을 찾아냈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무리 사회가 바뀌고 목회가 힘들어도 그것을 헤쳐나갈 수 있는 길은 항상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며 “오랜 고민 끝에 그 답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선배 목회자들은 목회 환경이 어려울수록 ‘진짜 목회자’의 진가가 드러난다는 말도 전했다. 신 목사는 “인구 감소, 기후 위기, 탈종교, 진영논리 확산 등 한국교회의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그럴 때 정도를 걷는 진짜 목회자가 주목받을 것”이라며 “외롭고 배고프고 비판을 많이 받는 길이 될 수도 있는데 포스트 엠디비 학교와 같은 모임을 통해 서로 위로하고 나누고 연합하는 일이 새 시대 목회의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 목사 역시 “목회지를 ‘골라서’ 가던 우리 때와는 지금은 너무 달라 선배 입장에서 안타깝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때가 비정상이었고 사실 복음의 길은 지금처럼 험난하다”고 했다. 이어 “하나님이 예비하신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7000명’을 통해 엘리야가 힘을 얻었듯이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선배 후배 동료의 네트워크가 큰 자산이 되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포스트 엠디비 학교는 하반기에 3기를 모집하고 또 새로운 걸음을 시작한다.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은 이밖에도 목회자들이 바르게 교회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이사장 김지철 목사님을 비롯한 많은 목회자가 마음을 모아 헌신적으로 애쓰고 있습니다. 연구원이 한국교회에 본이 되는 모델을 많이 제시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