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반대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였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본회의로 직회부하는 안건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호 법안으로 불린다. 쌀 초과생산량이 3~5%이거나 전년 가격 대비 5~8% 떨어지면 매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지금도 정부의 판단 아래 초과생산된 쌀을 사들이는 시장격리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를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민주당은 쌀값 안정과 농민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결과적으로는 농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매년 1조원의 재정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관심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러 차례 거부권 행사 건의를 말해왔고, 현재 분위기로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시작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간호법 제정안, 방송법 개정안 등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상태다.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도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인데, 민주당은 본회의 직회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이 169석을 무기로 여야 합의 없이 단독으로 법안들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통해 법안을 무력화시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데도 양곡관리법 처리를 강행했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라는 부담을 지우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힘들다. 현재 국회는 타협이 실종된 상태다. 여야가 법안 처리에 합의하지 못한다는 것은 조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의미다. 합의 없이 단독으로 처리된 법안의 결과는 늘 좋지 않았다. 여야가 대립하고 그 결과물로 입법부와 행정부가 충돌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