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신앙은 삶을 해석하는 힘

입력 2023-03-24 04:02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믿음을 주시고 신앙을 갖게 하신 것은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그중 중요한 하나는 삶에 대해 해석하는 힘을 주신 것이다. 삶을 해석한다는 말은 자신이 누군지를 깨달아가며 자기 삶의 의미와 가치를 세상 안에서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사람이 있다. 같지만 모두가 달라 보인다. 그래서 비교하고 경쟁하며 우열을 나누고 희비가 엇갈리는 세상을 정신없이 살아간다.

날 때부터 다르기도 하고 타고난 능력과 외모와 조건이 다른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불평과 원망으로 될 일이 아니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만회해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신의 은총이 필요하다. 신앙은 하나님이 우리의 숨통을 여는 것이다. 막막하고 답답했던 가슴에 희망의 빛이 들어오는 것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 자신의 존재와 가치가 무엇보다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세상의 판단과 평가에 기죽지 않고 더 귀한 것이 있음을 알게 된다.

흔히 말하는,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에 눈을 뜨게 되고 내 존재와 삶에도 이유와 목적이 있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인생을 비관하거나 하찮은 것으로 여겼던 자기 삶에 놀라운 전환이 일어난다. 그 당당함은 하루의 시작을 설레게 한다.

사람들은 살면서 ‘좋은 일’이 있고, ‘나쁜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좋아 보이는 일이 인생을 망치기도 하고, 나쁘게 여겼던 일이 행운을 안겨주기도 한다. ‘하나님 좋은 일을 주소서’ 하지만 좋은 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우리의 일상을 여전하게 주시는 것보다 귀한 건 없다. 신앙은 부분과 전체를 아우르는 힘이다. 바울이 “내가 어떤 상황에서든지 자족할 수 있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다”고 한 말이 그런 힘이다.

신앙의 힘은 자신으로 끝나지 않는다. 내가 바뀌면 세상이 달라져 보인다고 했다. 나만 소중한 게 아니라 모든 게 소중하고 아름다워진다. 당연했던 거짓과 불의가 눈에 보이고 차별과 경쟁의 논리가 불편해진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하던 것이 하나님의 시각으로 바뀌게 된다. 세상을 보는 눈과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하나님의 뜻을 나의 보루로 여기지 않으면 종교나 신앙도 왜곡되고 위선적인 것이 되고 만다. 신앙을 품었다는 것은 자기 뜻이 아닌 하나님의 시선을 갖는 것이다. 다양성은 은총이 되고, 내일을 알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희망이 된다. 나만의 안전과 행복이 아닌 이웃과 모두의 기쁨이 된다.

변상욱 저널리스트 겸 기자는 그의 책에서 “나를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고, 너를 인정하는 데 인색하지 않으며, 우리를 위한 사유를 멈추지 않는 길”을 말했다. 공감을 넘어 큰 울림으로 와닿는다. 이런 글에 가슴이 뛰고 설렘이 있는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은 당연해야 하고 그걸 넘어설 때 복음을 따를 수 있으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수 있다.

시대가 어둡고 역사가 통증을 느끼는 우울한 시대다. 언제나 그러했듯 권력에 기대거나 희망을 품을 수가 없다. 아픔은 커져만 가고, 사람과 생명의 가치는 바닥을 치는 이 현실을 어찌해야 하는가. 삶이 모두를 위한 것으로 확장되고, 모두가 함께 가야 할 길이 우리에게 열려야 하지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하비 콕스가 말한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 즉 인간의 존엄과 품위를 버리는 것이 죄”라고 한 것처럼 그걸 방해하거나 빼앗는 것만큼 무서운 죄는 없다. 땅에서 올라오는 새봄의 새싹들처럼 이 땅을 사랑하고 함께한 우리를 보듬어야 한다. 예수의 사순절 신앙은 생명을 살리기 위한 몸부림이고 절규였다.

백영기 쌍샘자연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