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와 삼성이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지원을 위해 공동기획한 ‘희망디딤돌 캠페인’ 좌담회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자립준비청년의 정서적 지원을 위한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멘토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주거와 취업 등 경제적 지원을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좌담회에는 장화정 아동권리보장원 본부장, 김성경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성남 한국고아사랑협회장, 박설미 야나 사무국장, 최상규 선한울타리 대표, 최완우 삼성전자 DS부문 사회공헌단장(부사장),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전문적으로 육성된 ‘멘토’가 필요
◇박설미 야나 사무국장=자립준비청년의 생애 전반기에 적절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희 법인에도 보호종료아동의 멘토가 되고 싶다는 분들의 개인적인 문의가 온다. 하지만 멘토는 1~2년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최소 5~10년은 바라보고 시작해야 하는 일인 만큼 멘토 혼자서 감당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 또 전문적 개입 없이 개별적으로 보호종료아동을 만나서는 안 된다. 멘토링을 전문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멘토단 구성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다.
◇최상규 선한울타리 대표(이하 최상규)=‘선한울타리’는 지난 9년 동안 90명의 아이들과 결연해 멘토링 사업을 해오고 있다. 한국에서 멘토링은 대부분 개인적인 관심, 자원봉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가장 어려운 부분이 멘토링이 지속성을 띠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원가정과 보육시설에서 분리된 청년들이 멘토와의 분리를 또다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멘토링이 이뤄지려면 저 사람을 계속해서 믿고 마음을 열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명감을 갖고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또 멘토들이 재정 문제와 감정노동으로 지치지 않도록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김성경 한국성서대 교수=멘토링이 보호종료아동의 모든 욕구를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멘토는 보호종료아동의 정서적, 금전적 문제에 절대 섣불리 개입해서는 안 된다. 현재 아동권리보장원에서는 자립준비청년의 자조모임인 ‘바람개비 서포터즈’를 운영하고 있다. 보호종료 선배들이 후배들을 멘토링하는 게 의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성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보호종료 이후 청년들은 주거·생활·직업 등 생애의 전환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통합적이고 전문적인 개입을 할 수 있는 멘토를 어떻게 육성해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적 지원 ‘사각지대’ 메워야
◇장화정 아동권리보장원 본부장=2021년 7월부터 ‘자립준비청년’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하면서 자립종합대책이 마련됐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완대책은 민관이 협력해 아동의 보호단계별 지지체계를 마련한다는 내용이었다. 우선 자립수당이 월 35만원에서 40만원으로 늘었고,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자립정착금이 최소 1000만원 이상으로 인상됐다. 또 아동발달지원계좌인 ‘디딤씨앗통장’ 역시 만 24세가 되면 자동으로 본인 명의 계좌로 인출될 수 있게 개선했다. 주거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임대 연간 2000호를 공급하기로 했으며, 전국 17개 시도에 자립준비청년 전담기관이 설립됐다. 현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보호연장아동의 경우 생활비를 받을 수 있도록 생계급여를 개선하고 있고, 보호 조기종료아동은 지자체 차원에서 관리될 수 있게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최상규=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정부와 기업, NGO의 모든 지원이 보호종료 5년 안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연령대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이 불균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도 짚고 싶다. 현재 많은 기업과 NGO들이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지원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자립준비청년의 상위 5%가 해당 지원을 거의 독식하다시피 한다. 자립준비청년 중 경계선 지능장애를 겪고 있는 친구들이 많은데, 이런 친구들은 지원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후견인을 지정하는 등 아동권리보장원 차원에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설미=많은 단체가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정보를 빠르게 취득할 수 있고, 지원금 등 신청 서류를 준비할 수 있는 아이들이 지원을 독점하고 있다. 일례로 제가 멘토링했던 아이 중 월 300만원의 지원금을 가져가는 경우도 봤다. 지원과정을 간소화하거나 지원금 수령 이력을 전산화해서 보다 많은 아이에게 지원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취업 등 ‘실질적 자립’ 도와야
◇최완우 삼성전자 부사장=희망디딤돌센터 건립 사업을 진행하면서 시설 지원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디딤돌센터에 입주해 있는 자립준비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더니 교육과 취업에 대한 관심이 컸다. 하지만 이 문제는 기업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학교나 지자체, 고용노동부 등 많은 이해관계자가 모여서 머리를 맞대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 삼성에서는 임직원에 대한 코칭 전문가 교육을 실시해 멘토를 선발하고 있다. 그분들을 잘 활용해서 디딤돌센터에 입주해 있는 자립준비청년들의 멘토가 될 수 있게 하겠다.
◇이성남=제가 졸업한 시설에서 한 회사에 수십명이 취업했다. 이 회사 임직원들은 정기적으로 시설에 와 봉사활동을 하고, 여기서 연을 맺은 아이들을 회사에 취업시킨다. 한 기업과 시설을 연계해서 취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어떨까. 또 하나 제언을 드리고 싶은 것은 원가정의 부모가 친권을 악용하는 사례를 막아 달라는 것이다. 시설을 퇴소하고 나서 친부모가 접근해 수당이나 정착금을 가로채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멘토링을 진행할 때 아이 의사를 충분히 확인한 뒤에 부모가 생존해 있는지, 관계가 어떠한지에 대해서도 멘토가 파악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장화정=삼성의 희망디딤돌센터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정말 멋지고 큰 경험이다. 17개 시도 자립전담기관과 희망디딤돌센터가 연계해 정부 지원 사업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희망디딤돌센터에서 보호 중 또는 보호연장 중인 아이들이 자립을 준비하면서 거주할 수 있게 하고, 전담기관이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다면 진정한 ‘디딤돌’로서 지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성경=고급스러운 주거환경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준다. ‘너는 이런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해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자립준비청년들이 좋은 환경에서 독립 주거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 이는 영국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세계적인 모델이기도 하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국회에서 자립청년들을 지원할 수 있는 법안을 손질하고 있다. 주거나 수당과 같은 물질적인 지원만큼 중요한 게 자립준비청년의 적응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일례로 보일러가 고장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의 기술이 없는 친구들이 많다. 또 자립하고 나면 시설이나 그룹홈 등 돌아갈 곳이 없다는 생각에 고립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을 국회와 행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좌담회 영상은 유튜브 채널인 '국민일보 비디오'(https://www.youtube.com/@kmib_video)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정리=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