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면서 양측은 이제 사활을 건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시정농단’을 저질렀다고 판단한 반면 이 대표는 ‘시민을 위한 모범적 공익사업’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 대표가 “진실은 법원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하자, 검찰도 “법원에서 증거로 입증하겠다”고 응수하는 등 이미 2라운드에 돌입한 모습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22일 대장동·위례 사업 의혹의 ‘총책’으로 이 대표를 지목했다. 성남시민에게 돌아가야 할 개발이익을 자신의 정치활동에 협조한 민간사업자들이 독식하도록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을 남용했다는 게 1년6개월간의 수사 끝에 검찰이 결론낸 사건의 본질이다. 이 대표 관련 수사기록은 500권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대표와 민간업자 간 유착이 13년 전 ‘1공단 전면 공원화’ 공약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2010년 성남시장 출마 당시 핵심 공약이던 1공단 공원화가 예산 부족 등으로 현실화되기 어려워지자 ‘대장동 일당’과 손을 잡게 됐다는 것이다. 남욱 변호사 역시 지난해 12월 법정에서 “공원화 비용을 만들기 위해 이 시장이 (용적률 상향과 서판교 터널 개통 등의) 결정을 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었다. 대장동 아파트 용적률 상향 등 조치는 결과적으로 민간업자들의 이익 극대화로 연결돼 7886억원의 불법적 이득을 안겨줬다는 게 수사 결과다.
이 대표는 민간업자들과 결탁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유착 관계였다면 대장동 일당에게 1공단 공원화를 책임지도록 시키고, 서판교 터널 공사 비용 등 1120억원을 추가 부담시켰겠느냐는 논리다. 대장동 사업의 성남시 이익을 확정액으로 정한 것도 경기 하강을 대비한 방편이었다고 항변한다.
양쪽은 환수액 계산에서도 큰 간극을 보인다. 검찰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전체 개발 이익의 70%인 6725억원이 돌아가야 했지만, 이 대표가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를 승인하는 바람에 1830억원만 배당받게 됐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대장동 일당에게 추가 부담을 시킨 1공단 공원화 비용, 서판교 터널 공사 비용 등을 더해 총 5503억원을 환수했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결국 4895억원에 이르는 이 대표 배임 혐의에 대한 범행 동기 및 고의성 여부 입증이 최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4개 기업이 성남FC에 낸 133억5000만원의 성격 문제도 치열한 법정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이 대표가 정치적 치적을 위해 프로축구단 성남일화를 인수했지만 부도 위기에 놓이자 관내 기업과 ‘검은 거래’를 했다는 게 검찰이 구성한 범죄 구조다. 검찰 관계자는 “적어도 묵시적 청탁은 성립한다는 전제하에 공소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청구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업들과 이 대표 사이 후원금 흥정 정황을 적시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네이버 측에 ‘다른 기업과 달리 성남시에 기여한 부분이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회사명이 노출될 것을 우려한 네이버가 기부단체를 경유해 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성남FC에 지급된 돈은 정상적인 광고비라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 조사 때 낸 진술서에서 그는 “행정을 대가로 기업에 광고를 요구한 일도 없고, 기업들로부터 그런 청탁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