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를 배울 때부터 넘어지면 일어서기를 종일 계속하다 몸살을 끙끙 앓을 정도로 강한 의지로 자랐다. 초등학교 때는 지저분하다며 친구들이 놀아주지 않던 어떤 아이의 짝꿍이 되어 1년을 같이 지내는 따뜻한 마음도 지녔다. 이런 의지와 마음은 교회에서도 드러나 바르고 신앙심 좋은 아이로 칭찬을 받았다. 그러다 대학생 때 하나님의 사랑에 감동해 부모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24세에 아프리카 선교를 떠났다.
하지만 믿음의 실상은 바로 드러났다. 선교센터에서 열심히 헌신했지만 극심한 외로움이 엄습했다. 인터넷도 잘 안 되었고 수돗물과 전기도 자주 끊겨 일주일간 샤워도 못 하고 냉장고 음식은 금방 상했다. 빨래를 널면 양말에 속옷까지 훔쳐가고 대화할 친구조차 없는 상황에 무기력해졌다. 극심한 외로움과 열악한 환경에 멍하니 천장에 붙은 도마뱀만 쳐다보았다. 의지할 곳은 하나님밖에 없었지만 그분은 너무 멀리 있는 것 같고 말씀조차 전혀 마음에 닿지 않았다. 학벌도 명예도 다 팽개치고 부모님 가슴에 못을 박으며 달려와 버틴 3년의 모든 꿈이 사라지자 허무함만 가득 안고 패잔병처럼 돌아왔다.
귀국 후 회사에 다녔지만 신앙의 고민은 깊어졌다. 그런 어느 날 거래처 분과 만나 식사 기도를 했는데 갑자기 하나님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하느냐고 물었다. 너무 당황해 멈칫거리다 기도 응답으로 알 수 있다며 얼버무렸다. 막연한 대답에 스스로 큰 충격에 빠진 후 남자 친구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 ‘예수님의 부활’이 그 증거라고 명쾌하게 말했다. ‘나도 다 아는 부활을 어떻게 확신 있게 말할까?’ 생각하는데 사도행전 17장 31절 말씀을 보여주며 복음을 확실히 잡으라고 했다. 그 말에 바로 친구를 따라 교회로 갔다.
교회의 모습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마침 결혼식이 있었는데 1000명이 넘는 성도들이 기쁨의 축제를 열었다. 암 투병 중 예수님을 만나 천국 삶을 사는 피아노 반주자 자매까지 모두 이 땅 사람 같지 않았다. 만나는 분들은 “고민해봐” “기도해봐” 하지 않고 인생에 정답이 있다고 말했다. 나는 ‘정말 정답이 있기는 한가’ 의아해하며 저들이 기쁨에 넘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날 밤 어느 자매와 교제하며 2000년 전 예수님 제자들의 행적을 추적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릴 때 모두 도망갔다. 그런 비겁한 자들이 결국 다른 사람으로 변해 순교까지 한 이유, 그것은 부활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순간 어떤 프로그램이나 훈련이 아니라 부활하신 예수님께 굴복하는 것이 해결의 열쇠임을 바로 알게 됐다. 예수님의 부활로 우리 신앙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는 언니 말이 딱 꽂혔다.
선교지에서 힘없이 뿌리째 신앙이 흔들렸던 나. ‘내가 아는 예수님과 저들이 믿는 예수님이 다르지 않은데, 도대체 뭐가 다를까. 화려한 20대를 하나님만 향해 달린 나는 뭐지?’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데 도망간 제자들의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이 교차하며 내 것만 고집했던 악한 모습이 떠올랐다. 부활이라는 확실한 근거 없이 욕심만 가득한 모습이 보이자 바로 엎드렸다. “이런 악한 나를 위해 오셨구나! 그리고 부활하여 나의 주인이 되어 주셨구나!” 나는 통곡했고 내가 주인 되었던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내 삶의 주인으로 영접했다.
다시 찾은 교회 분들은 이미 생명을 나누는 가족이었고 회사 상사의 짜증에도 마음엔 기쁨과 평강이 가득했다. 야근도 잦고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내 주인은 지금 내게 무엇을 원하실까를 생각하니 잠시도 복음 전하는 것을 쉴 수 없었다. 그때 마침 친구를 만났다. 결혼하고 싶은데 하나님이 못생긴 신랑을 주고 다 내려놓으라고 하실 것 같아 두렵고, 자신이 세상적인 것 같아 너무 고민된다고 했다. 즉시 내가 만난 예수님, 너를 사랑하시는 예수님, 부활로 다 이루어 주신 예수님을 전했고 성령의 역사로 친구는 모든 고민이 해결되었다.
그 후 예수님의 부활을 전해준 친구와 결혼하고 남편 직장을 따라 두바이로 갔다. 5개월이 된 첫 아이와 홀로 종일 씨름하는 사이에 아프리카 선교지에서 겪었던 외로움의 공포가 다시 엄습했다. 말씀을 잡고 일어설 때 청소를 도와주던 분이 늘 몸이 아프고 나쁜 꿈을 꾸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자주 굿을 하며 자라다 중동에서 무슬림이 되어 싱글 맘으로 사는 하루가 고통스럽다고 하는 그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하며 함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날 때쯤, 그는 말씀을 받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자신의 옛사람이 십자가에서 죽었다는 사실과 창조주 하나님과 한 생명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그리고 비슷한 친구들을 계속 데리고 와 6명이 주님을 영접하고 우리 집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경제적 빈곤, 마약 중독, 동성애에 빠져 공황 장애로 힘들어하던 자매들 모두 주 안에서 하나가 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들은 내가 둘째를 임신하자 입덧에 도움이 된다며 죽도 갖다 주고, 첫째를 봐주는 등 진심으로 주 안에서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인종과 민족을 넘어 세상 모든 영혼을 사랑하시는 주님과 날마다 동행하며 이국땅에서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갈 것이다.
양소영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