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야구선수를 꿈꾸며 자라다 초등학교 감독님의 눈에 띄어 배트를 잡았다. 중학교 때 강원 야구의 염원이던 전국대회에서 3점 홈런을 치며 역전 우승을 했다. 춘천시의 성대한 축하행사와 멋진 카퍼레이드로 하루아침에 영웅이 되었고 각 방송국의 인터뷰 요청도 쇄도했다. 화려하게 중학교를 마치고 배터리 투수인 김진욱 선수와 천안북일고에 스카우트 되며 야구팀을 창단했다. 이만수 한대화 선동렬 박노준 등과 함께 팀의 주축을 이루며 전국 최고 선수의 자리에 올랐다.
창단 3년 차인 3학년 때 최초로 봉황기 전국대회 우승을 하고 화랑기대회에서 충암고와 실질적 결승전을 벌였다. 4번 타자로 2회 첫 타석에서 스리 볼이 되자 김영덕 감독이 이상한 사인을 냈다. 타임을 걸고 물었더니 짧게 ‘넘겨’ 했다. 감독이 내게 승부를 걸었음을 직감하고 4구 직구에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딱 소리와 함께 공은 날아가 전광판을 넘고 장외의 나무를 지나 도로로 날아갔다. 공인 비거리 160m 이상의 고교야구 기록인 초대형 홈런을 날리고 연타석 홈런에 5안타로 승리했다. 나머지 경기도 전승하며 전국대회 2관왕에 올라 최고 스타가 되었다. 성대한 축하행사, 감격의 카퍼레이드에 이어 전국 여고생 대상 고등부 전 종목 선수 중 최고의 인기스타 선수의 영광을 누렸다.
대학을 결정하자 ‘천안북일고 4번 타자 김영로 선수 모 대학으로 진학 결정’이라며 대어를 낚아챘다는 기사가 크게 보도되었다. 그런데 2개 프로구단에서 동시에 콜이 들어 와 대학을 자퇴하고 프로팀으로 가기로 마음먹고 집에 와 가족회의를 열었다. 남자는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아버지의 강력한 주장에 순종해 프로행 꿈을 접고 고된 훈련과 선배들의 구타도 견디며 오직 야구에만 올인했다. 그러다 대학 3학년 때, 대학 추계 리그 중 슬라이딩을 하다가 수비수와 충돌하며 허리에 큰 부상을 입었다. 선수 생활은 불가능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고 나는 완전히 무너졌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에 휩싸일 때, 어릴 때 다닌 교회가 생각나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무조건 매달렸다. “하나님, 야구는 제 인생 전부입니다. 야구를 못 하면 저는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저를 데려가 주세요.” 정신을 차려보니 의사와 간호사도 옆에서 울고 있을 정도로 나는 완전히 미쳐 있었다. 하지만 국내 최고 타자의 꿈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피나는 재활훈련과 치료를 병행하며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팀 빙그레에 입단했다. 그런데 반년쯤 지나 부상이 재발해 결국 글러브와 배트를 영원히 던지며 야구 선수의 종지부를 찍었다.
산산이 부서진 모습으로 돌아온 날, 태어나 처음으로 물방울 같던 아버지의 눈물을 보았다. “막내야, 그동안 수고했다.” 흔들리는 아버지의 음성에 참았던 피눈물을 흘리며 다시 마음을 잡고 자동차 회사에 입사했다. 입사 첫해에 전국 판매 신인왕에 올랐고, 그 후 두 차례나 판매왕 타이틀을 차지하며 하루에 승용차 22대를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상 무엇으로도 야구 선수의 행복을 채울 수는 없었다. 돈을 많이 벌어 세상 낙에 빠지는 모습에, 쫄딱 망해서라도 교회에 돌아오라는 큰 형님의 기도 응답인 듯 법인체에 여러 대의 대형 고급승용차 수억 원대 사기를 당했다. 결국 집을 팔고 경제적 타격에 이혼까지 했다.
회사도 떠나 홀로 서울로 올라가 흘러가는 세월과 술에 몸을 맡긴 채 죽음 같이 사는데 문득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께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들어온 극단적 생각은 계속 괴롭혔고, 몇 년 후 아버지도 돌아가시자 2008년 7월 삶을 정리하려고 결단했다.
바로 그때 큰 형님의 전화 한 통에 기적이 일어났다. 마지막 삶을 형제들과 보내려고 춘천에 갔다가 끌려가듯 교회에 따라갔다. 말씀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성도들의 밝은 모습에 충격을 받던 어느 예배 때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영화를 보았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릴 때 흘린 핏방울이 야구를 그만두었을 때 아버지의 눈물과 겹치며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에 통곡이 터졌다. 순간 말씀들이 모두 생각나며 성경대로 십자가에서 죽고 부활하신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선명히 비쳤다. ‘아! 예수님이 진짜 부활하셨구나! 창조주 하나님이 나의 죄를 다 해결해 주셨구나! 예수님이 나의 주인이구나!’ 통곡하며 내가 주인 되어 살았던 그 무서운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셨다.
홈런왕과 세일즈 판매왕에도 왜 삶이 힘들었는지 알게 되었고, 배신한 아내도 딸도 모두 주님이 사랑하는 존재라는 사실에 모든 상처도 깔끔히 치유됐다. 음료 전문점을 운영하며 8년간 마음에 두었던 자매와 가정도 이루었다. 세상에서 화려했던 삶은 30대 후반에 완전히 무너졌지만 하나님의 사랑을 생각하면 감사의 눈물만 난다. 쫄딱 망해서라도 돌아오라던 형님의 사랑도 너무 감사하다.
주님을 위해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망해서 하나님께 매달렸을 뿐인데 홈런왕과는 비교할 수 없는 천국 삶을 살게 해 주셨다. 나를 위해 달려왔던 4번 타자가 이제는 하나님의 영원한 4번 타자로 주님 앞으로 대형 홈런을 날리는 삶을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김영로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