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 입은 신’ 감옥서도 신도들 좌지우지

입력 2023-03-23 03:03
국민일보가 입수한 은혜로교회 교주 신옥주의 2022년 옥중 설교문으로 ‘타작마당’을 언급하고 있다. ‘나는 신이다’ 예고편 캡처

수의(囚衣)를 입은 이단·사이비 단체 교주들이 감옥에서도 편지나 전화 등의 방식으로 신도를 계속 통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신의 범죄 혐의와 연관된 지시도 직간접적으로 부추겼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과 은혜로교회 교주 신옥주가 대표적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정씨의 수감 생활을 폭로한 바 있다. 여신도 성폭행 등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던 정씨가 여신도들의 사진을 주고받았다는 내용이다. 프로그램에서 성폭행 피해자 메이플은 “(수감 중인 정씨를 위해) 비키니를 입고 사진을 찍었다”며 당시 사진을 공개했다.

JMS 교주 정명석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백하는 홍콩 출신 여성 메이플씨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 출연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나는 신이다’ 예고편 캡처

반JMS 활동가 김도형 교수는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도소에서) 성범죄자에게 비키니 사진을 통과시켜 주는 건 미친 짓”이라며 “책임자들을 지금이라도 징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옥에서는 사진만 오가지 않았다. JMS 부총재 출신 김경천 목사는 “정씨는 옥중에서도 실권자였다”며 “정씨 허락 없이는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정씨가 편지 뒤에 답변을 쓰고 사인을 해줘야 실권자들이 움직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복역 중인 은혜로교회 교주 신씨는 편지로 비대면 설교를 하고 있었다. 탈교자로부터 입수한 신씨의 옥중 설교문은 한 편당 59~65쪽에 달했다. 편지 속에서 신씨는 성경말씀 합독을 주문하는 한편 신도들의 이름을 지목해 죄를 지적하기도 했다. 설교문엔 “데이비드박(가명), 지혜A(가명) 너희는 하나님의 말씀을 멸시하는 자다. 얼마나 교만한지 너희는 아직 모른다”는 구절이 있었다.

죄를 씻는다는 명목으로 신도들이 서로 뺨을 때리는 ‘타작마당’도 여전히 거론됐다. 신씨는 설교문에서 “결국 너희 패역을 고치기 위해 타작마당을 하게 하시고 하나님께서 타작마당과 약속하신 땅에 이주하는 일이 실상으로 이루어지게 하셨다”고 썼다.

이윤재 은혜로교회피해자모임 대표는 “은혜로교회 신도들은 한 달에 2~3회 교주가 쓴 편지를 가지고 예배를 드린다”며 “또 신도들이 주기적으로 교주에게 편지를 보내면 교주는 감옥에서 그 편지로 신앙 상태를 점검한다. 비난 받은 신도들은 타작마당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편지 없이 교주 역할을 수행하는 이도 있다. 여신도를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형을 살다 최근 건강상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받은 만민중앙교회 당회장 이재록씨는 물과 전화로 신도를 통제했다.

지난 19일 만민중앙교회 만민뉴스에는 “무안 단물을 뿌리고 당회장 이재록 목사님의 자동응답서비스(ARS) 환자 기도를 받았습니다. 그러자 그다음 날부터 상처가 꾸덕꾸덕해지고 나아지더니 깨끗해졌지요”라는 간증이 실렸다. 전남 무안군청에 따르면 무안 단물은 2020년 수질 기준 부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2022년 10월엔 ‘조경용’으로 허가됐다.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은 “편지나 물로 교주 역할을 이어가는 건 교세 축소를 지연시키려는 꼼수”라면서 “이단·사이비 교주의 간접 통제 방편은 개발, 발전될 수 있다. 교정직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이들의 반사회적 행동을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성 인턴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