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있어도 100만원 대출… “안 갚으면 어쩌나” 우려도

입력 2023-03-22 04:09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위한 소액생계비(긴급생계비) 대출 상품이 오는 27일 출시된다. 불법 사금융에 노출되기 쉬운 사람들이 최대 100만원을 최저 연 9.4%의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연체자나 무소득자도 일정 조건만 갖추면 긴급생계비를 대출받을 수 있는 ‘실험적 제도’로 평가된다. 다만 대출금을 제대로 갚지 않는 등 ‘도덕적 해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21일 불법 사금융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액생계비대출 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대출 신청 대상은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 소득 3500만원 이하인 만 19세 이상이다. 조세 체납자나 대출·보험 사기와 위변조 사건 등에 연루된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대출받을 수 있다. 연체자가 소액생계비대출을 신청할 경우엔 채무조정 진행을 전제조건으로 대출을 지원한다.

대출 한도는 최대 100만원이다. 최초에 50만원을 받을 수 있고 6개월 이상 이자를 성실히 납부하면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 병원비 등 자금 용처를 증빙하면 최초에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금리는 기본 연 15.9%이지만 간단한 금융교육을 받으면 금리가 0.5% 포인트 인하된다. 또 이자를 제때 갚으면 금리가 6개월마다 3% 포인트씩 낮아진다. 금융교육 이수를 한 뒤 50만원을 빌렸을 경우 최초 월 이자 부담은 6416원이며, 6개월 후 5166원, 1년 후 3917원으로 낮아질 수 있다. 만기는 기본 1년이며 최장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 상품도 기존 대출 상품과 마찬가지로 상환하지 못할 경우 연체 정보가 등록되고, 신용점수에 반영된다.

신청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직접 방문해서 해야 한다. 지출용도·상환 의지 등을 상담한 뒤 당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유재훈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채무조정, 복지 및 취업 등과 연계하는 상품이어서 대면 상담만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 “소액생계비대출 실행 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은 문자나 전화를 통한 대출 상품 광고를 일절 진행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올해 은행권 기부금 등을 토대로 마련된 재원으로 모두 1000억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은행권은 소액생계비대출 재원으로 2024~2025년 매년 500억원씩 추가 기부할 예정이다.

긴급생계비 대출 상품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취약층을 돕는다는 취지로 설계됐다. 하지만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 제도를 악용해 대출금을 일부러 갚지 않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유 국장은 “제도가 (대출받기) 쉽게 설계돼 있어 (도덕적 해이를) 막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정말 어려운 사람을 위해 허들을 낮춘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