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논란은 최근 한 매체가 “윤 대통령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 검토를 지시했다”고 보도하면서 다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연금이 국민의 소중한 자금을 잘 지킬 수 있도록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이 ‘이전설은 사실무근’이라고 확인해 줬으나 지역에서는 혼란과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는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국민연금공단의 산하 기관이다. 2017년 전주에 새 둥지를 틀었다. 기금운용직 직원 316명이 일하고 있다.
국민연금법은 ‘기금운용본부의 소재지는 전북에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수년째 이전설이 되풀이되며 전북 민심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전북도 등은 기금운용본부가 국민연금공단의 핵심이므로 빼나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역 숙원인 ‘제3 금융중심지 지정’에도 기금운용본부는 없어선 안 될 뿌리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이전설의 가장 큰 배경은 저조한 수익률이다. 지난해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률은 마이너스 8.22%였다. 손실금은 80조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만의 성적표다. 기금운용본부는 전주로 이전한 뒤 3년 연속 10%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기금본부 수익률이 2019년 역대 최고치인 11.3%에 이어 2020년 9.7%, 2021년 10.8%를 기록했다”며 “서울에 본부가 있던 직전 3년간 수익률 4.9%에 비해 두 배가량 높다”고 설명했다.
전북도는 지난해 수익률 하락 원인을 전 세계적인 통화긴축 기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주 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이전설의 근거는 인력 이탈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이후 164명의 기금 운용직이 떠났다. 매년 평균 27.3명이다. 이에 대해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금운용본부의 이직률은 8% 수준으로 업계 평균인 17%의 절반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전북 지역의 강력 반발에 이전설은 물밑으로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복지부가 7월 중 국민연금공단 서울 강남사옥에 기금운용직 직원만을 위한 30석 규모의 ‘스마트 워크센터’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혀 상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전북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 이전설은 다른 지역으로도 그 파장이 확산 중이다. 부산의 경우 산업은행 이전이 확정됐지만 일각에서 실효성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는 노사 협의없이 강행되는 지방 이전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전주를 서울에 이은 제2의 금융도시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전북도는 공약을 서둘러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동욱 전북도 기업유치지원실장은 “거듭되는 국민연금 흔들기, 이젠 멈춰야 한다”며 “전북금융도시를 즉시 추진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관영 전북지사
“반복되는 이전설 용납못해… 전북 흔들기 강력 대응”
“반복되는 이전설 용납못해… 전북 흔들기 강력 대응”
“돌림노래처럼 반복되는 이전설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는 관련법을 무시하고 전북도민을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김관영(사진) 전북지사는 또 불거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설에 대해 “뜬소문과 ‘전북흔들기’에 물러서지 않고 강력 대응해 나가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김 지사는 2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도민들의 불안과 불신은 확산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전북 제3 금융중심지 지정에 매진, 기필코 자산운용 중심의 금융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연금공단은 2011년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경남으로 일괄 이전하면서 전북에 재배치됐다며 “서울 이전은 ‘원상 복귀’가 아니라 퇴행이며, 지역 균형발전 정책에 어긋난다는 것을 분명히 해둔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한번의 수익률 저조와 일반적인 이직률을 앞세워 이전설을 흘리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김 지사는 “결국 본부의 위치는 업무수행이나 실적과 관련이 없다”고 지적하고 “오히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논의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전북엔 이미 국내외 7개 금융기관이 사무소를 열었다는 설명도 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투자공사와 각종 공제회 등을 전북에 한데 모아 기금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전북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하고 연기금 특화 금융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것은 윤석열정부의 약속이고, 우리는 국민연금공단 임직원들에게 더 나은 정주 여건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글·사진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