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단순 타박상 등으로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게 되면 다른 병원으로 돌려보내지거나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응급의료기관 과밀화를 막고 중증응급환자가 신속한 진단과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응급의료기관 체계를 구분하기로 했다. 환자가 본인 상태에 맞는 응급의료기관을 이용하게 한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21일 발표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지역응급의료센터-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구분된 체계를 각각 중증, 중등증, 경증 응급의료기관으로 단계별 기능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는 게 핵심이다. 각 명칭은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한다.
예를 들어 가슴 통증을 호소한 50대 환자가 119 신고를 하면 현재는 구급대원이 판단해 가까운 의료기관이나 평소 수용이 잘되는 병원으로 이송한다. 하지만 정작 병상이 부족하거나 당직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후속 진료를 못 한 채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도 많았다. 앞으로는 환자 중증도 분류에 따라 중증 환자나 소아의 경우 중증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하게 된다. 이때 병원별 수용 가능 여부를 종합상황판 정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인접한 센터에서 수용이 어려울 때는 지역 내 순환당직 병원으로 이송해 24시간 필요한 처치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비응급 환자로 인한 응급의료기관 과밀화는 응급의료체계의 큰 문제로 꼽혀왔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심각하지 않은 부상을 입은 경우에는 다른 병원으로 안내한다는 방침이다. 아니면 비용을 더 내야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무작정 큰 병원부터 찾는 관행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애초 지난달 열린 응급의료체계 개편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중증의료센터를 60곳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가 담겼었지만, 이날 발표된 계획에는 구체적인 숫자가 포함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오히려 센터 숫자를 너무 제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며 “더욱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간다는 건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응급의료를 수행할 필수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공공정책수가 등을 통해 필수 의료분야에 대한 적정한 보상을 하고, 근무여건 개선이나 지역·과목 간 불균형 완화, 의료인력 확대 등 필수의료 지원대책에서 발표한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원영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은 중증 환자와 소아 환자에 대한 응급의료 시스템을 새롭게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