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직면한 모든 문제는 하나님 만나는 접촉점이 된다”

입력 2023-03-23 03:04
지난 1월 중순 스위스 융프라우 산자락인 그린델발트에서 세계적 전도 운동인 '고 무브먼트'(Go Movement)가 주도하는 국제전략회의가 열렸다. 필자는 유럽 한복판에서 복음 전도의 솔루션, 그 실마리를 찾는 4박 5일의 일정을 갖게 되었다. 4회에 걸쳐 전도 탐방기를 게재한다.

지난 1월 스위스 라브리 공동체를 방문한 세계 각국 젊은이들이 기독교 신앙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황성주 회장 제공

전형적인 알프스 설경에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었다. 숙소인 아이거뷰 산장에서 도보로 그린덴발트 시내로 가는 모험을 감행했다. 문제는 여기가 목적지가 아니었다. 이 지역 지리를 몰라 큰 착각을 한 것이었다. 2시간 동안 눈 속에서 헤매며 회의 장소인 실버호른을 찾았다. 그러나 허사였다. 지도도 없었고 휴대전화도 연결이 안 됐다. 산장 주소도, 회의 장소 주소도 없었다. 무력감이 밀려 왔다. 딱 한 가지 길밖에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 산장에서 여기까지 왔던 길을 찾아 다시 산에 오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결국 필사적인 노력과 하나님의 기적적 인도하심으로 산장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은 한국뿐 아니라 이미 후기 기독교 사회를 겪었던 서구 교회가 처한 현실과 유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기독교인에게 기독교 신앙은 더 이상 매력이 없고 오히려 믿음이 있던 젊은이들마저 떠나가는 상황 앞에 직면한 교회의 무력감을 보는 것 같았다. 복음 전도가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말도 꺼내기 어려운 절벽 같은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다들 길을 잃고 헤매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하나님이 세워 귀하게 쓰셨던 복음 전도자와 변증가, 사상가, 학자들을 다시 탐구하고 연구해 이 상황에 적용하는 길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유럽의 한복판에서 복음 전도의 솔루션, 그 실마리를 찾는 4박 5일의 일정을 갖게 된 이유다.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1950년대 말 유럽에 파송된 미국 선교사 프랜시스 쉐퍼 박사가 스위스 산골에 설립한 라브리 공동체였다. 오래전 독일 연수 시절 스위스 라브리에 다니던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몽블랑과 론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위에모 마을을 찾았다.

쉐퍼는 ‘정직한 질문에 대한 정직한 대답’이라는 깃발을 들고 젊은이들을 모았다. 누구나 언제든지 찾아와 진리를 찾을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었다. 이른바 ‘진리의 실험실’이라고 불리는 라브리 공동체를 방문한 청년들에게 일대일 멘토가 붙고 그가 가져온 문제를 풀 수 있는 책과 테이프를 준다.

여기서 청년들은 자신이 씨름하고 있는 문제와 깊은 질문을 풀 수 있는 열린 생태계 속에 들어오게 되고 치열한 과정 끝에 결국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 된다. 쉐퍼는 삶의 전 영역에 직면한 모든 문제는 하나님을 만나는 접촉점이 된다는 복음 전도의 새로운 문을 열며 그때까지 대세였던 반틸의 변증법 이론을 무너뜨렸다.

필자 역시 대학교수 시절 쉐퍼 박사의 제자인 엘리스 포터를 만나 영성의 지적 체계를 구축하고 라브리 운동을 했다. 오늘날 젊은이를 비롯한 현대인들의 고민은 정직한 질문을 던지고 토론할 수 없는 교회 분위기, 영적 진리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가능한 사역자가 없다는 현실이다.

국제예수전도단을 설립한 로렌 커닝햄 목사의 스위스 자택. 황성주 회장 제공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레만호숫가에 있는 로잔의 예수전도단(YWAM) 국제 본부였다. 여기서 마커스 스티븐 총재와 만나 빌리온 소울 하비스트(BSH)와 마지막 대추수의 절박성에 대해 공감적 대화를 나눴다. 더 큰 기쁨은 이곳에 YWAM을 세웠던 설립자 로렌 커닝햄 목사가 거주했던 사택을 방문한 것이었다. 그는 어떻게 전 세계 200여개국 3만명이 넘는 젊은이들을 전임 사역자로 두고 전 세계 수십만의 청년들을 복음 전도에 헌신시킬 수 있었는가. 그가 내건 모토는 ‘하나님을 체험으로 아는 것’이었다. 그는 예수제자훈련학교(DTS)와 열방대학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청년들이 하나님을 깊이 만나 선교에 헌신하는 플랫폼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 플랫폼을 승법(乘法) 번식(딤후 2:2) 시켜 세계를 뒤흔들었다. 젊은이들은 단순히 이론에 그치는 신앙이 아니라 전 인격적으로 체험된 신앙을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그리고 진정성 있는 비전에는 언제든 헌신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아울러 증명한 것이다.

프랑스 마콩의 테제 공동체 건물 앞에 선 필자. 황성주 회장 제공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프랑스 마콩 지역 테제 공동체였다. 이곳은 개신교와 가톨릭, 심지어 정교회와 비신자까지 누구나 올 수 있는 열린 기도의 공간이다. 개신교도였던 로제 형제가 가톨릭의 영성을 받아들여 설립한 이 평화 공동체는 진리를 찾는 젊은이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오직 주님 앞에 단독자로 서서 단순성을 회복하는 곳이다.

한 주님 앞에 예배하며 민족과 나라와 언어를 초월해 주님의 임재 가운데 연대성을 경험하는 것이다. 화해의 공동체이자 우정의 공동체인 이곳에서는 대천덕 신부가 설립한 한국의 예수원처럼 모두가 일하는 노동의 기쁨을 누린다.

로제는 평생 단순한 기도와 사랑의 실천을 삶으로 가르쳤다(Pray it and Do it). 인류의 모든 문제는 기도하지 않는 데서 생기고 세상의 악에 대해서는 선을 행함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어두움이 물러가라고 소리치지 말고 한 자루의 촛불이 되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은 지도자가 아니라 경청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전 세계 젊은이들을 감동하게 한 것은 그가 삶으로 보여준 믿음과 삶의 일치였다.

황성주 이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