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트코인 시세가 급등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2020~2021년 시장을 달궜던 ‘잡코인 폭등’ 현상까지 재현되면서 중소규모 종목들이 단기간에 특별한 호재 없이 수십~수백 퍼센트씩 급등하는 모습이다.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등 여파로 커진 제도권 금융사에 대한 불안감이 오히려 가상자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20일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비트코인은 374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올초 2100만원에서 78.3% 급등, 지난해 6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외 중소규모 코인을 일컫는 이른바 ‘알트코인’의 폭등세도 심상치 않다. ‘오미세고’는 지난 19일 1920원에서 3255원까지 하루 만에 69.1% 급등했다. ‘알파’도 지난 17일 하루에만 51.8% 상승했다.
범위를 연초에서 이날까지로 넓혀보면 대부분 종목이 배 이상 수익률을 거뒀다. 스택스(+540.4%) 어거(+266.0%) 가스(+199.2%) 등 역대급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도 적지 않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225.67에서 2379.20까지 6.9% 오르는 데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상자산 급등세는 두드러진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는 배경으로는 미국 대형 은행 파산에 따른 공포감이 지목된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시그니처뱅크 등 미국 은행의 파산으로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뱅크런 위험이 없는 비트코인이 주목받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탈중앙화를 모토로 삼는 비트코인이 최대 장점을 발휘하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제외한 이른바 ‘잡코인’들이 특별한 호재 없이 폭등했다가 폭락했던 때를 떠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가상자산 특성 때문에 이번에도 폭락의 쓴맛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잡코인이 하룻새 수십% 상승하는 이유를 아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