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열리는 슈퍼위크를 맞아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주주제안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주목된다. 올해 주총은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 동안 12월 결산 상장법인 2509개사 가운데 586개사가 정기주주총회를 연다. 전체 상장사의 23.4%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기간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올린 기업은 13곳에 이른다. 이날 기준 3월 주주총회 개최 상장사 중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채택한 기업은 42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26개사)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주주제안이란 일반주주들이 직접 제시한 주총 안건이다. 의결권이 있는 지분 1%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했다면 주주제안에 나설 수 있다.
주주제안이 늘어난 근본적인 배경은 개인투자자 1000만명 시대를 맞아 소액주주들의 증시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감사위원 선임 시 지배주주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3%룰’이나 상장기업의 물적 분할 시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등 소액주주들의 권리 보호 방안도 강화되고 있다.
주주행동주의 대상 기업 수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키움증권은 주주행동주의 대상 기업수가 2021년 27개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47개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등을 요구하는 행동주의펀드가 늘어났고 ‘DB하이텍 물적분할 반대’ 등 일방적인 기업 경영에 반기를 드는 소액주주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주총에서는 행동주의펀드의 화력이 집중된 기업들의 주주제안 통과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먼저 포문을 여는 곳은 오는 24일 BYC 주총에 참여하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이다. 트러스톤은 BYC 지분 8.88%를 보유한 2대주주로, 대주주 일가에 대한 BYC의 부당 지원 의혹을 제기하며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액면분할, 배당성향 상향, 자사주 매입 등을 주주제안으로 올렸다.
오는 28일 주총을 여는 KT&G는 동시에 두 곳의 행동주의펀드(FCP·안다자산운용)를 상대하게 된다. KT&G는 FCP(플래시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에서 전달받은 주주제안 11건 중 9건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FCP는 KT&G에 대해 자기주식 취득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을 내 법원의 인용 결정을 받아내기도 했다. 안다자산운용은 KGC인삼공사 인적분할 안건 상정에는 실패했으나 사외이사 증원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주총에서는 기업의 배당 정책 변화,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따른 감사 선임 및 이사회 변경에 따른 장기적 사업 계획의 향방에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