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보안에 비상이 걸렸다. 대한항공 기내에서 발견된 권총용 실탄의 반입 경위가 열흘째 확인되지 않는데다 인천공항의 보안검색이 허무하게 뚫린 정황까지 속속 나오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인천공항경찰단은 대한항공 KE 621편에서 체코 제작 권총용 9㎜ 실탄 2발이 발견된 지난 10일부터 반입 경위 확인을 위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실탄 2발의 유전자 분석에 이어 최근 미국에서 인천공항을 경유해 필리핀으로 떠난 환승승객 A씨의 가방 엑스레이 사진에서 발견된 실탄 추정 물체, 승객들의 CCTV 영상에 대한 감정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추가 의뢰했다.
수사당국은 환승 승객에 대한 보안 검색이 뚫렸을 가능성에 일단 무게를 두고 있다. A씨의 가방 엑스레이 사진에 찍힌 물체가 실탄이 맞는지, 이것이 기내에서 발견된 실탄과 동일한 것인지 등을 확인 중이다. 엑스레이 사진에서 보이는 실탄 추정 물체가 추가로 있는지도 감정을 통해 확인할 방침이다.
환승승객 A씨는 기내에서 실탄이 발견된 지 4시간 뒤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경찰 관계자는 19일 “엑스레이 사진에 찍힌 물체가 실탄이 맞으면 A씨도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에서 필리핀 마닐라로 갈 예정이던 KE 621편에선 지난 10일 오전 7시45분쯤 실탄 2발이 발견됐다. 35분 전에 한 승객이 첫 실탄을 발견했지만 승무원이 이를 금속쓰레기로 착각해 두번째 실탄이 발견될 때까지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활주로로 이동하던 KE621편은 터미널로 되돌아가는 램프 리턴을 해야 했고 승객 218명이 대피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경찰은 이후 승객들의 수하물 엑스레이 사진을 재검색했다. 그 결과 당일 오후 A씨 가방에서 실탄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확인했다. 당시 상황을 보면 A씨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환승구역 보안검색장을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엑스레이 검색도 이뤄졌다. 하지만 이때 A씨는 엑스레이 검색을 무사 통과했고, 요원들로부터 가방을 개봉하라는 요구도 받지 않았다.
국과수 감정을 통해 A씨의 가방 엑스레이 사진에 찍힌 물체가 실탄으로 확인되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자회사인 인천국제공항은 보안이 뚫렸다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항공보안법상 A씨의 가방 엑스레이 사진을 판독했던 보안검색 요원에 대한 조치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고 향후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공사 관계자는 “매우 중대한 비상상황으로 간주해 보안검색을 강화 운영 중”이라며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으면 출발 승객과 환승객에 촉수 검사, 휴대·위탁 수하물에 개봉 검사를 추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안검색 요원 전문성 강화, 출국장·환승장 엑스레이 전면 도입, AI 판독시스템 확대 등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