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이 압수수색영장 심사 과정에 심문절차를 도입하는 내용의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은 영장을 발부할 것인지, 발부한다면 청구서에 기재된 다수의 장소 및 물건 중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까지 기각할 것인지 그 범위에 관해 결정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의문이 생기는 경우 그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하겠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개인이 2~3개의 디지털기기를 보유하고 사용하는 것은 일상적인 모습이 됐다. 스마트폰을 통해 카카오톡 등 채팅앱으로 대화를 나누고 이메일을 보낸다. 사진과 동영상 등 자료들은 휴대전화나 클라우드에 저장·보존되고 다른 개인용 디지털기기에서 연동된다. 사용자가 실행한 앱이나 방문한 웹사이트, 찾아본 영상 등도 모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기기를 압수하는 것만으로 그 개인과 관련된 사실상 모든 생활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휴대전화 확보가 수사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는 이유다. 자신도 모르게 스마트폰에 모든 통화가 녹음돼 있는 경우도 있고 스마트폰 위치정보, 결제정보가 유죄의 증거가 되거나 오히려 혐의를 벗겨줄 결정적 증거로 작용하기도 한다.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는 경우에도 실제로 압수할 수 있는 것은 혐의 사실과 관련된 정보로 제한된다. 그러나 개인이 보유한 디지털기기에는 혐의 사실과 무관한 다량의 정보들이 포함돼 있고, 이런 정보에 대한 압수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수사기관은 피압수자가 참여한 가운데 검색어 입력 등의 방법으로 해당 피의사실과 관련 있는 정보인지 확인한 후 해당 정보를 압수할 수 있을 뿐이다.
영장을 발부하는 법원은 범죄와 무관한 정보에 대한 압수가 이뤄지지 않도록 압수가 허용되는 물건, 정보를 명확하게 특정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압수수색영장 재판에서는 영장의 발부 여부보다는 압수수색이 행해질 장소, 물건, 압수 대상 및 방법의 제한 등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대법원의 이번 형사소송규칙 개정안도 이같이 압수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제한하고자 하는 고민의 산물로 보인다.
대법원이 입법예고한 심문제도 도입이 실제 수사절차에의 적용을 의도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실제 심문제도가 압수수색에 대한 사법적 통제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의문이 든다. 현실적으로 수사기관 종사자가 아닌 제3자를 심문하는 경우를 상정하기 어렵다. 제3자 진술이 필요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제3자가 출석을 거부하면 출석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심문 대상자가 수사기관 종사자라면 공식적인 심문절차보다는 오히려 서면에 의한 보완을 요구하는 등 간편하고 신속한 절차를 통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굳이 실익도 없는 제3의 일반인을 심문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작 중요한 것은 다른 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압수수색영장은 장소와 물건을 엄격하게 특정해 발부돼야 한다. 피의사실과 무관한 정보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도 취하여야 한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그런 것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압수목적물이 어디에 있든 압수할 수 있는 영장, 물건을 누가 갖고 있든 그 사람의 신체까지 수색할 수 있는 영장, 지번이나 등록번호가 특정되지도 않는 장소 또는 차량에 발부된 영장도 발견된다. 법원별로 차이가 있고, 담당법관별로도 차이가 있다. 2021년 사법연감을 기준으로, 장소나 물건의 일부라도 기각이 이뤄진 비율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20%에 육박하는 반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법원도 다수 존재한다. A법원에서는 압수할 수 없는 물건이 B법원에 가면 압수할 수 있는 물건이 되는 것이다. 영장 법관들 사이의 소통과 교류를 활성화하고 심사 기준에 관해 토론함으로써 가능한 한 그 편차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집행 절차를 그르치거나 압수수색 범위나 방법상 제한을 위반한 위법한 압수에 대해서는 재판에서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고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 심문제도의 도입보다는 현행 제도의 적정한 운영을 위한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
최창영 법무법인 해광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