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에 대해 “언론의 중복된 질문에 준비된 답을 한 것”이라며 고의성을 지적했다. 이 대표 측은 “구두로 하는 발언은 불명확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2차 공판에서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처장을 모른다는 취지의 답변을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반복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 대표가 ‘시장 재직 시절 김 처장을 잘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2021년 12월 22일 인터뷰에서만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은 성남시에 팀장급 직원만 600명에 달해 이 대표가 김 처장을 기억할 수 없었다는 변호인 주장도 반박했다. 검찰은 “김 처장은 이 대표와 9박11일 출장을 가 근접 거리에서 수행했고, 공식 일정을 이탈해 골프 등 활동도 즐겼다”며 “사적·공적 관계에서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경험을 공유한 사람인데, 600명 중 이런 행위를 공유한 직원이 얼마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를 맡았던 김 처장이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에게 보고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도 여럿 제시했다.
이 대표 측은 “김 처장과 골프를 친 적 없다고 말한 적이 없다”면서 “인터뷰 당시 7년 전 골프를 친 게 김 처장이었다고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공소장에는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출장에서 이 대표가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 김 처장과 함께 골프를 쳤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대표 변호인은 “호주에서 김 처장과 함께 찍은 영상과 사진을 보면 이 대표가 김 처장과 단 한 번도 눈을 마주친 적이 없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의 다른 TV토론회 발언을 무죄로 판단한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도 재차 언급됐다. 이 대표 측은 ‘표현의 자유에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던 대법원 판단을 근거로 들며 “현재 미디어 환경상 언론을 통한 대담 형식도 (TV 토론과) 비슷하다. 구두로 하는 발언은 짧은 시간에 대응해야 해서 불명확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법정 밖에서는 이 대표 발언에 대한 장외공방이 벌어졌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재판에 출석하면서 “(2015년 1월 골프장에서) 2인 카트를 두 대 빌려 하나는 제가 쓰고 하나는 이 대표를 보좌하기 위해 김 처장이 직접 몰았다”면서 “(이 대표가) 거짓말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