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한 근로시간 개편안이 입법예고 열흘 만에 전면 재검토 수순을 밟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상한선’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현행 주 52시간제보다 더 오래 근무하는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여론 반발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동개혁 속도전’에 집중했던 고용노동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고용부가 지난 6일 입법예고한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해 ‘몰아서 일하고 길게 쉴 수 있는’ 근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MZ노조’ 모임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의 유준환 의장은 이날 국회 토론회에서 “근로 시간을 유연하게 선택하고 쓴다는 취지에는 많은 노동자가 공감하겠지만, ‘법정근로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유연화를 떠올리지 연장근로를 유연하게 쓰는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정부는 69시간 근로 우려가 ‘극단적 상황’을 전제로 한 오해이며, 법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유 의장은 “일주일에 52시간 근무도 안 지키는 기업이, 평균 주 52시간 근무는 지키겠나”라며 “개편안에 노동자를 두텁게 보호할 수단을 넣거나, 현행 체제에서도 근로 감독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서 노동자의 신뢰를 쌓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윤 대통령이 지난 14일 “MZ세대 의견을 듣고 법안을 보완하라”고 지시한 뒤 노·사·정이 처음 모인 자리였다. 고용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MZ세대를 포함해 사회적 공감을 얻을 대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 정부가 사회적 대화가 아닌 전문가 논의 중심의 개편안을 몰아붙이다가 결국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근로시간 개편안은 지난해 7~12월 전문가 논의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약 5개월에 걸쳐 내놓은 권고안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노동계는 개편안 논의에 현장의 목소리가 빠져 있다며 거듭 우려를 표했다.
특히 주 최대 근로시간이 69시간으로 늘어나고, ‘11시간 연속 휴식 없이 주 최대 64시간’이라는 선택지까지 추가되면서 근로자의 건강권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거셌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토론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제도를 만든 취지와 우려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며 “(근로시간 상한) ‘캡’을 씌우는 부분까지도 (대통령이) 말씀하셨으니, 그런 것까지 다 고민을 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