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전 버스터미널에서 실종된 뒤 독일로 입양됐던 40대 남성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 모친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독일 국적의 한인 A씨는 “마침내 나의 과거와 뿌리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경찰청과 외교부, 아동권리보장원은 16일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A씨(46)와 모친 B씨(67), 친형 C씨(48)가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고 밝혔다. 2020년부터 시행 중인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입양인이 가족을 찾은 건 이번이 세 번째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모자의 만남은 B씨가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 여주의 한 식당에서 이뤄졌다. 상봉식은 언론 공개 없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A씨가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B씨는 “한 눈에 내 아들인 걸 알겠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A씨 역시 자신과 꼭 닮은 친형 C씨를 보며 “제 형인 줄 바로 알겠다”며 감격스러워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의 부친은 1981년 1월 수원버스터미널에서 A씨를 잃어버렸다. 당시 남편과 따로 살던 B씨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지냈다. A씨가 실종되고 몇 년 뒤 부친은 세상을 떠났다. B씨는 나중에야 A씨의 실종 소식을 알게 됐다.
2009년 성인이 된 A씨는 ‘가족을 찾고 싶다’며 입국해 수원서부경찰서를 방문해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정보가 일치하는 유전자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6월 모친 B씨가 ‘더 늦기 전에 헤어진 아들을 찾아야겠다’며 여주경찰서를 찾아 유전자 검사를 받으면서 모자 상봉의 길이 틔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두 사람이 친자관계일 가능성이 높다는 감정결과를 내놨다. 최종 결론을 내기 위한 정밀 감정을 위해 유전자 재채취가 필요했다. 독일로 돌아간 A씨는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지난해 11월 유전자 재채취를 했고, 지난 1월 두 사람이 친자임이 최종 확인됐다. B씨는 “둘째 아들을 찾게 해달라고 날마다 기도했는데 유전자 등록 덕분에 아들을 찾을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