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강좌에 방과후교실… 지역 사회에 헌신 ‘작지만 강한 교회’

입력 2023-03-20 03:05
충청남도 홍성 내포사랑의교회가 운영하는 ‘방과 후 교실’에서 지난달 9일 학생들이 수업 후 한상만(두 번째줄 오른쪽) 목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내포사랑의교회 제공

충청남도 홍성에 있는 한 작은 교회에 지역 주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지난 10일 이 교회에서 진행되는 문화강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날 주민들은 요리 꽃꽂이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했다. 처음에는 배움이 낯설던 주민들의 얼굴에 어느새 웃음꽃이 피었다. 무료한 삶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의 활력을 찾아나가는 모습이었다.

내포사랑의교회(한상만 목사)는 지난 2009년 개척해 현재 150명의 청장년과 100명의 교회학교 학생들이 출석하고 있다. 교회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만큼 다른 교회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다. 하지만 내포사랑의교회는 그 어떤 교회보다 지역 사회 헌신에 열심인 ‘작지만 강한 교회’다.

문화 사역, 음악회 백미

지역 사회를 위한 가장 대표적인 사역은 문화다. 교회 성도들의 재능 기부를 바탕으로 ‘맘쿠킹클래스’ ‘아기영어학교’ 등 다양한 문화 강좌가 교회에서 열린다.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아서 참가 인원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역 사회를 위한 음악회는 내포사랑의교회 문화 사역의 백미다. 음악회에서 나오는 음악 종류는 주로 클래식과 대중음악인데, 참가하는 가수들의 면면이 범상치가 않다. 유리상자, 성악팀 라클라쎄, 아카펠라 그룹 다이아, 바이올린 연주가 박지혜 등이 출연했다.

한 목사는 “홍성이라는 지역은 대도시와 달리 상대적으로 문화 혜택이 빈약하기에 이 사역은 지역 사회 구성원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올린 연주를 위해 박지혜 자매가 왔을 때 믿지 않는 많은 분들이 교회를 찾아와 진심어린 감사의 뜻을 전한게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최근 내포사랑의교회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내포마을도서관(작은도서관)을 지역 사회의 ‘문화터’로 제공하기도 했다. 홍성군에서 진행하는 ‘홍성문화도시추진위원회’ 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사회의 다음세대를 위한 지역문화 탐사 등이 기획되고 추진된다.

다음세대 위한 교육 사역

수많은 교회가 다음세대를 위해 ‘방과 후 교실’ 등과 같은 교육 사역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내포사랑의교회도 이 같은 사역을 진행하고 있지만, 다른 교회와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다. 단순히 교회 자체 사역으로 한정을 짓지 않고 지역 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효과적으로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내포사랑의교회는 홍성군청소년수련관과 협력해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하고 있고,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전부 유관 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한 목사는 “교회 공간은 학생들의 방과 후 교육 공간으로 변모해야 하기 때문에 주일만이 아닌 평일에도 문이 열린다”며 “교육 사역에 필수적인 강사들은 교회 성도들의 인프라를 활용해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기관과 연계돼 사역을 진행하기에 교회 안에 있는 학생들만이 아닌 교회 밖에 있는 학생들도 교회로 들어와 신앙을 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유익”이라고 강조했다.

환경 사역, 지속가능 삶 추구

환경 사역도 내포사랑의교회의 빼놓을 수 없는 활동 중 하나다. 한겨울과 한여름만 제외하고 매달 1회씩 전교인들이 교회 조끼를 입고 지역 사회를 일일이 돌면서 쓰레기를 줍고 있다. 해당 사역은 교회 개척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한 목사의 남다른 신념이 이 같은 사역을 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는 “다소 거창한 듯 보이지만 이 사역의 목적은 생태와 지속가능한 삶을 만들기 위함”이라며 “하나님이 창조한 환경이 계속 악화되면 우리의 다음세대는 언젠가 이 땅에서 플라스틱과 비닐 때문에 살기 힘든 시간이 오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인부터 아이들까지 집게와 쓰레기 봉지 등을 들고 지역사회를 누비면서 환경과 생태의 중요성을 고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목회자여, 대도시를 떠나라

한 목사는 현 시대 목회에 두 가지의 아픔이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하나는 목회자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목회자 대부분이 대도시에 몰려있다는 점이다. 대도시를 벗어나 광야와 같은 지방으로 내려가는 게 반드시 필요한 목회라는 설명도 더했다.

그는 “37세에 개척을 결정하고 세운 목표는 일단 대도시를 떠나겠다는 것이었다”며 “대도시는 저같은 사람이 없어도 충분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마을 목회, 교회가 단순히 비영리 단체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NGO(국제구호단체) 의식을 가진 목회가 지방의 작은 도시에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홍성=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