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AI에 사원번호… 네이버엔 로봇신입 100명

입력 2023-03-17 04:04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운영하는 로봇 '루키' 모습. 네이버 직원의 택배 배달 및 수거 업무를 루키가 대신해주고 있다. 네이버 제공

공상과학(SF) 콘텐츠에서나 봤던 기술들이 빠르게 현실세계로 들어오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인간의 보조도구로 자리 잡은 데 이어 사람을 아예 대체하는 방식으로 고도화 중이다. AI 기술의 집약체로 불리는 로봇도 활동 영역을 늘리고 있다. 기업들은 첨단기술 집약체인 로봇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며 미래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미국 인공지능(AI) 연구소 오픈AI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챗봇AI ‘챗GPT’의 4.0 버전을 발표했다. 사람과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문가 수준의 작문 실력까지 갖췄다. 인간 말투까지 흉내 내 결과물을 만들기 때문에 IT업계 일부에선 인간의 ‘글 쓰는 노동’을 완전히 대체한다는 관측까지 내놓는다.


챗GPT 3.0 혹은 3.5 버전만 하더라도 AI는 인간의 사무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을 더 높였다. 이미 한국에서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활용해 챗GPT를 업무도구로 활용하는 사례가 등장했다. 업스테이지는 지난 6일 광학 문자인식(OCR)과 챗GPT를 결합한 서비스 ‘아숙업(AskUp)’을 카카오톡에 출시했다. 사용자가 문서 사진을 촬영해 전송하면 해당 내용을 읽고 답변한다. 출시 10일도 지나지 않아 이 서비스의 이용자는 10만명을 넘었다. 한 이용자는 “업무 문서를 사진으로 올리기만 하면 빠르게 요약문을 받을 수 있고, 궁금한 점도 바로 물을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려 준다”고 16일 말했다.


SK텔레콤은 한 단계 더 나아가 AI를 아예 ‘신입사원’ 개념으로 업무에 투입했다. 임직원의 단순 반복업무를 보조하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솔루션 ‘AI 코워커(co-worker·동료)’를 도입했다. RPA는 소프트웨어 로봇 기술을 활용해 업무 처리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이다. 통계 추출, 수치 검증, 검색과 같은 단순하고 반복적 작업을 주로 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로봇이지만 사원번호까지 달았다. 업무 보조를 위해 파견된 동료 사원처럼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AI 고도화는 소프트웨어 영역을 넘어 물리적 활동까지 가능하게 만든다. AI가 로봇과 만나면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하는 시대가 온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산업계에서는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제2사옥 ‘1784’에는 100여명(대)의 신입사원 ‘루키’가 활약하고 있다. 루키는 사람이 아닌 로봇이다. 커피나 택배를 전달하는 업무를 하면서 직원의 불필요한 이동시간을 줄여준다. 사내에서는 ‘일 잘하는 후배’로 불린다고 한다.


로봇이 인간처럼 생산적인 활동을 하려면 AI, 통신, 클라우드, 자율주행, 운영체제(OS) 등의 기술을 집약해야 한다. 로봇의 활동 범위가 늘어난다는 것은 기업의 기술이 종합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동시에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로봇을 꼽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1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향후 본격화할 로봇 시대에 선제 대응을 강화하겠다. 다양한 로봇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강화하고 고객 생활에서 유용함을 체험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실버세대같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과 일상을 함께할 서비스 로봇,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반려로봇 등을 개발 중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