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을 통해 보는 한국사라고 할 수 있다. 인삼은 단순히 약재나 건강식품이 아니었다. 조선 최대의 수출품이었고, 개항기 조선 무역의 아이콘이었다. 인삼은 조선과 대한제국에서 가장 중요한 재정 수입원 중 하나였고, 외국에 팔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물품이었다.
책은 고려시대부터 조선, 개항기, 식민지 시기를 거쳐 현대까지 이어지는 인삼의 역사를 개괄하면서도 특히 인삼의 무역사를 집중적으로 기술한다. 홍삼은 1792년(정조 21년)부터 조선의 공식 무역상품이 되었다. 19세기 조선의 대외무역은 ‘홍삼-서양목(광목) 교환체계’라고 할 정도로 홍삼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1860년대 홍삼 무역으로 거둔 정부 세입은 얼마나 되었을까. 홍삼 무역 규모는 2만근 수준으로 1근당 세액(포삼세)은 6∼14냥, 전체 세입 규모는 20여만냥을 오르내렸다. 당시 호조가 비축하고 있는 동전량이 19만냥 내외였다.
개항 이후에도 홍삼은 조선 정부가 은화를 확보할 수 있는 특별한 무역상품이었으며, 대한제국 황실 재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도 홍삼 전매 수입이었다. 황실 수입 중 홍삼 전매 수입은 1902년 330만냥을 넘어 지대 수입에 비해 약 1.7배나 더 많았다.
홍삼은 정조가 화성을 일으키는 재원이었고 고종이 군비 증강, 전기 철도 신설 등 개혁 조치를 추진하는 동력이 되었다. 1948년 출범한 이승만 정부에서도 홍삼은 외화를 획득할 수 있는 드문 수단이었다.
개성의 인삼 자본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1930년대 개성에서는 인삼으로 자본을 축적한 기업가들이 대거 등장했고 이들이 참여와 후원 아래 언론, 연극, 문학, 문화재, 소년 등 사회문화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책을 읽고나면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이미지 하나를 갖게 된다. 조선은 인삼의 나라였다.
김남중 선임기자